최근에 일본 정부가 독도 근해를 포함한 동해 중앙 해역을 조사할 선박을 파견하겠다고 하여,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러한 책동이 독도 영유권과 관련된 일종의 도발이라고 단정하고 철회 요구를 하면서 물리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하였다.
일본측이 탐사하겠다는 해역은 대체로 독도를 기점으로 배타적경제수역을 그을 경우 우리측에 들어오는 수역인데,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자국의 수역이라고 우기는 이른바 신 한일어업협정 상 중간수역의 핵심부분에 해당한다.
● 해양영토적 관점서 대응 필요
일본측이 제시한 탐사수역에 독도가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이 해역은 독도가 생산해내는 잠재적 배타적경제수역의 핵심부분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1998년초 IMF 관리상태에 있던 우리에게 한일어업협정 파기를 선언하고 체결을 강요하다시피 했던 중간수역이 어업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번 도발의 대상은 다양한 광물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그 해저를 목표에 둔 것이다.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일본에 대하여 우리는 ‘평화선’ 정신으로 다시 돌아가서 해양영토적 관점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승만 라인’이라고도 하는 평화선은 1952년 1월 18일 이승만 대통령이 한반도 주변에 어업수역을 긋자는 내각 결의를 반려하고 해양영토적 관점에서 독도 주변 해역을 포함하는 한반도 인근 해역의 해상 해저의 자원 일체에 대하여 관할권 행사를 선언한 것으로, 오늘날 배타적경제수역 개념과 거의 같다. 평화선은 당시에 맥아더 라인이 철폐된 자리에 우선적으로 그은 것이었으나 차후에 획정 기술이 개발이 되면 다시 정밀하게 긋기로 되어 있었다.
그 후 1965년 한일어업협정에서 일본에 대하여 평화선 규정의 어업권이 유보된 일이 있었고, 1998년 신 한일어업협정에서도 역시 어업에 관하여 중간수역을 동해 중앙에 설치하여 일본 어민에 어로를 허여한 것이 사실이나, 해저 자원에 대해서는 아직도 평화선 체제 하에 있다.
일본이 노리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신 한일어업협정에서 독도를 중간수역에 넣어 영유권에서 발양(發揚)하는 어업상 주권적 권리를 훼손시키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 해저에까지 마수를 뻗쳐서 독도 영유권에서 나오는 주권적 권리를 더욱 훼손하겠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이 일본과의 ‘조용한 외교’라는 미명 하에 독도를 중간수역에 넣는 역사적 오점을 남긴데 비하여, 노무현 정권이 일본의 해저를 겨냥한 도발에 대해서 이를 과감히 접어버리고 당당하게 대응하는 것은 지당한 것이다.
신 한일어업협정에서는 모름지기 어업에 관해서만 규정했어야 했는데도, ‘배타적경제수역’ 운운하며 독도를 중간수역에 넣었고, ‘200해리 시대’니 뭐니 하며 ‘바다 가르기’에 치중했던 것은 ‘바다 땅 따먹기’에 혈안이 되었던 일본의 위계에 빠진 것이었다.
결국 신 한일어업협정이 양국 어민의 상호 입어 기회를 오히려 감소시켜 피차간에 손해를 보게 한 ‘바람직하지 못한 협정’이었다는 것이 판명된 이상, 차제에 어족자원 보호에 관점을 둔 새로운 어업협정을 체결하기 위하여 진지하게 교섭을 해보아야 할 때이다.
● 日 막무가내에 선린 설땅 잃어
일본의 밀어붙이기 식 해양정책은 한ㆍ일관계에서 이로울 것이 없다. 협의와 협조 속에 상호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현대 외교의 지혜인데도, 일본의 패권주의적 책동은 탐욕과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거짓 동양평화를 운운했다가 결국 처절한 패망의 길을 걸었던 과거를 연상시킨다.
재작년말 일본 외상이 시마네 현을 비밀리에 방문하여 독도의 날 선포를 독려한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폭력과 야욕으로 절취(截取)한 타국의 영토를 반납하라는 카이로 선언을 잊어버리고, 침략의 과거를 반성하기는커녕 밀어붙이기식 해양정책을 자행한다면, 더 이상 선린(善隣)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도 그 침략의 죄상을 결코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이상면 서울대 법대 교수ㆍ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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