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21일 조재환 사무총장이 최락도 전 의원으로부터 현금 4억원을 받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되자 경악 속에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당장 지방선거에서 악재 중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위기감에다가 이를 계기로 당에 대한 당국의 공천헌금 수사가 호남지역 전역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중첩되고 있다.
민주당은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 이상렬 대변인 등 당직자들을 경찰에 급파해 조 총장을 면담한 뒤 대책회의를 잇따라 열고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등 파문의 조기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사태가 이 정도에서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지배적 전망이다. 다른 지역도 그렇지만, 호남에서의 ‘돈 공천’도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적발된 것은 그 동안 현지에서 나돌던 말에 비춰보면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지적이 민주당에서조차 무성하다.
게다가 전북은 열린우리당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되던 지역이다. 이런 곳에서 기초단체장 희망자가 우리당이 아닌, 민주당에 4억원을 현금으로 주었다면 민주당 지지도가 높은 광주와 호남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겠느냐는 말을 그저 흘려 들을 수만은 없다.
실제로 광주와 전남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기초의원은 1억원, 광역의원은 3억원, 기초단체장은 5억~10억원을 내야 한다는 말이 민주당 주변과 현지에서 떠돌고 있다. 전남의 한 정당 관계자는 “3억원을 민주당 실세에게 가져갔더니 ‘경쟁자는 5억원을 준비하더라’며 은근히 무안을 줘 포기했다는 제보도 있다”고 전했다.
또 1만원짜리 구권을 다발로 준비해 ‘007작전’을 하듯이 수 차례 접선장소를 바꾼다는 따위의 구체적 돈 전달 행태와 후보자 이름까지 거명된다. 민주당 공천 탈락자 모임이 생기고, 전남 화순에서 현직 군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하자 손가락을 절단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 돈 공천과 무관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가 당의 열악한 자금사정에서 비롯됐다고 하소연한다. 이상열 대변인은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 선거를 위해 당에 배정된 국고보조금이 19억원에 불과한데다 다음달엔 2002년 대선 빚 20억원의 상환 일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때문에 4억원을 받은 것은 사무총장의 특별당비 모금 행위였다는 변명이다. 그러나 현지 분위기와 돈을 주고받은 정황으로 볼 때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경찰이 돈이 전달되는 현장을 덮쳤다는 점을 들어 ‘표적 수사’,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도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공천비리 철저 단속지시에 따라 당국이 야당의 목을 조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민주당 죽이기 아니냐”고 반발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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