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의 긴밀한 앙상블과 시각적 변화가 돋보이는 작은 연극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극단 사다리 움직임 연구소의 2인극 ‘타이피스트’와 악어컴퍼니의 3인극 ‘아트’.
하루의 일상 속에서 어느덧 40년이 흘러간다. ‘타이피스트’는 종일 책상 앞에서 홍보 엽서를 보내는 것이 일인 어느 남녀 회사원의 일상을 극히 담담하게 보여 주는 것 같다. 그러나 화장실, 사장실을 오갈 때마다 그들은 눈에 띄게 늙어간다. 쳇바퀴 도는 일상에 대한 섬뜩한 통찰이 숨어 있다.
배우들의 잘 훈련된 신체 언어가 볼 만하다. 타이프, 전화기, 의자, 구두, 거울 등 일상 소품들이 극의 흐름과 긴밀히 엮여 들어간다.
머레이 쉬스갈 작, 임도완 연출, 정은영 김재구 등 출연. 30일까지 인켈아트홀 2관. (02)744-0300
‘아트’는 배우들의 앙상블, 세련된 유머, 따스한 아이러니 등이 화이트 칼라 연극의 표본을 보여준다. 세 주인공이 탁구공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사와 행동을 통해 도시적인 감성의 실체를 보여준다
청담동 피부과 의사, 지방 공대 교수, 문방구 사장 등 세 친구가 티격태격 싸우다 결국 우정을 회복한다는 줄거리. 하얀 바탕에 흰 줄이 그어져 있는 1억 8,000만원 짜리 그림을 사서 친구들을 부른 의사의 집에서 극은 이뤄진다.
그림을 두고 말을 주고 받으면서 셋의 심사는 묘하게 꼬여 가고, 결국 서로의 아내를 모욕하기까지 한다. 단교까지 할 정도로 한껏 뒤틀린 감정이 추스려지고 회복되기까지의 풍경과, 그 와중에 주고 받는 현란한 언어가 객석의 마음을 뺏는다. 야스미나 레자 작, 유영재 연출, 고명환 남성진 등 출연. 5월 4~7월 2일, 학전 블루 소극장. (02)764-876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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