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은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얼룩졌다.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후 주석의 환영식장에서 행사 진행 아나운서는 “신사 숙녀 여러분! 중화민국(대만) 국가에 이어 미국 국가가 연주됩니다"라고 중국의 공식 영어 명칭을 대만으로 잘못 소개하는 결례를 저질렀다. 중국을 ‘People's Republic of China’(중화인민공화국)’로 소개해야 하는데 대만 명칭인 ‘Republic of China(중화민국)’라고 부른 것이다. 당시 부시 대통령과 후 주석은 양국 국가가 연주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후 주석에 대한 백악관 환영식 도중에 벌어진 중국인 여성의 ‘1인 시위’도 부시 대통령이 거듭 사과하는 파행으로 이어졌다. 부시 대통령은 파룬궁(法輪功) 수련자이자 병리학 의사인 왕웬(47)이 후 주석 면전에서 중국의 파룬궁 탄압에 항의하며“부시 대통령은 후 주석이 파룬궁 수련자를 처형하는 것을 중단시키라” 며 고함치자 후 주석 쪽으로 몸을 기울여 귀엣말로 “괜찮아요(You’re okay)”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환영식이 끝난 뒤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서 후 주석과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전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서 유감이다,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과 경호팀은 ‘에포크 타임스’이라는 파룬궁 신문 소속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왕웬이 합법적인 언론인이었고 배경도 의심스러운 게 없어 출입증을 발급했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백악관에 대해 환영식에 누가 참석 허가를 받았는지 주의할 것을 경고했었고 결국 허사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신문은 또 날씨가 화창했던 이날 딕 체니 부통령은 환영식 내내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고 후 주석이 연설을 마치고 계단으로 내려 가려는 순간 그의 왼쪽 편에 나란히 서 있던 부시 대통령은 후 주석의 왼쪽 팔 소매를 잡아 끌었다는 점을 또 다른 결례로 꼽았다.
그러면서 “의전에 집착하는 중국 지도자가 의도적으로 또는 부주의해서 생긴 외교적 결례로 가득찬 하루를 보냈다” 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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