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영웅들이 안방극장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한다. 조선에 머물던 TV 사극의 영역을 고려, 통일신라, 백제로 넓혀온 지상파 3사가 2006년 하반기 고구려로 무대를 옮겨 사극 대전(大戰)의 일합을 겨룬다.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의 건국 신화를 재현한 MBC 60부작 '주몽'이 5월8일 포문을 여는 데 이어, 700년 고구려사의 마지막 불꽃을 태운 연개소문의 일대기를 다룬 SBS '연개소문', 고구려 장군 출신 대조영의 발해 건국기를 그린 KBS '대조영'이 7, 8월 100부 대장정에 오른다. 김종학 프로덕션도 연말 방영을 목표로, 건국에서 광개토대왕까지 역동의 고구려사를 다룬 20부작 '태왕사신기'를 제작하고 있다.
각 방송사가 자존심을 걸고 작품당 300억~43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답게 제작ㆍ출연진의 위용도 화려하다. '모래시계'의 명콤비 김종학 PD-송지나 작가, 한류 주역 배용준이 손잡은 '태왕사신기'에는 정진영 문소리 박상원 등이 포진해있다.
'주몽'은 '허준'의 최완규, '다모'의 정형수 작가가 공동집필하며 '해신'의 염장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송일국이 타이틀 롤을 맡았다. '연개소문'에서는 '용의 눈물'로 호흡을 맞춘 이환경 작가와 유동근, '대조영'에서는 '태조왕건'의 김종선 PD와 최수종이 다시 뭉쳤다.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파문을 계기로 미답의 고구려 사극 개척에 나선 이들 작품은 고구려ㆍ발해사를 새롭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사료 부족의 공백을 메울 허구의 이야기가 자칫 또다른 역사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구려연구회 회장인 한규철 경성대 교수는 "고구려와 발해를 우리 역사로 재인식하는 기회가 될 수 있어 환영한다"면서도 "지나치게 재미를 추구하거나 월드컵과 맞물려 국수주의적 민족주의를 자극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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