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원전 폭팔 20주년, 시간이 멈춰진 체르노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원전 폭팔 20주년, 시간이 멈춰진 체르노빌

입력
2006.04.27 17:11
0 0

1986년4월26일 새벽1시23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북쪽으로 110㎞ 떨어진 체르노빌의 시계는 이 때부터 멈춰 서있다. 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인 체르노빌 원전 폭발 참사가 26일로 20주년을 맞는다.

사고 원자로에서 반경 30㎞는 여전히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출입통제 구역이다. 참사 직후 방사능 누출 사고가 일어난 4호기 원자로 주변 4㎢ 숲은 사망 선고를 받았다. 동물들은 죽고 생식을 멈추거나 돌연변이를 만들어내며 사라졌고 무성했던 나무들도 말라 죽어갔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원자력 시대의 폼페이”로 묘사했다.

그러나 자연의 시계는 완전히 멎지 않았다. 영국 BBC방송은 체르노빌의 출입통제구역이 야생 동물의 안식처로 변모하고 있다고 전한다. 12만 명 주민이 떠난 체르노빌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암도 두렵지 않은 노인들 수백 명만이 지키고 있다. 대신 사람을 피해 들어온 야생 동물이 북적댄다.

스라소니 수리부엉이 사슴 곰 찌르레기 등이 돌아왔고, 사고 전에 살지 않았던 유럽 들소도 목격된다.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사선생태학자인 세르게이 가스차크 박사는 “방사능은 남아있어도, 제초제나 살충제, 공장 등 야생동물의 서식을 방해할 요인들이 없다”며 “생쥐 실험 결과 DNA 변이 생쥐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생리기능이나 생식 능력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체르노빌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인명 피해 규모는 논란 거리이다. 사고 발생 36시간이 지나서야 인근 주민 대피가 시작되는 등 허술한 대처 때문에 대규모 피폭을 불렀다.

스웨덴에서 사고를 처음 감지하는 등 방사능 물질은 프랑스 독일 스위스 영국 등 유럽 14개국으로 날아갔다. 1989년까지 사고 현장 수습에 동원된 인원 80만 명 가운데 30만 명은 기준치 500배 이상의 방사선에 피폭됐다.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 러시아에 걸친 방사능 오염 지역에는 현재 500만~8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직접 피폭으로 인한 급성 방사선 질환 등 사고 당시 숨진 30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사망자를 56명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파악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피폭 혹은 자살 등으로 숨진 체르노빌 노동자의 수를 5만 명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지난해 9월 유엔은 향후 4,000명이 체르노빌 사고 후유증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센터는 21일 갑상선암 1만6,000명을 포함해 4만1,000명에서 추가로 암이 발병해 이중 1만6,000명이 숨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암 환자가 27만 명에 달하며 이중 9만3,000명은 사망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