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갸넨드라 국왕이 “국민에 권력을 이양한다”고 발표한 후 반(反)정부 시위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국왕의 대국민 발표 다음날인 22일 시위 및 총파업을 이끌고 있는 7개 야당은 “총리를 선임하라는 국왕의 제안을 거부한다”고 발표하며 국왕의 하야를 요구했다.
이들은 2002년 국왕이 해산한 의회의 재구성과 국왕 존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새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 등을 주장하며 “국왕과 협력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갸넨드라 국왕은 21일 권력 이양을 발표했지만 야당과 국민들이 요구해온 하야 여부나 헌법 개정 위원회 구성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반발 기류가 오히려 거세지자 국왕은 주말에도 수도 카트만두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위반자에 대한 사살을 허락했다. 그러나 22일 최대 규모인 약 30만명에 달하는 시위대가 반정부 시위를 벌였으며 보안군은 최루탄 및 실탄을 발사해 수십명이 부상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위 및 총파업 18일째인 23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카트만두 외곽에 모여들기 시작한 인파가 왕궁으로 향하는 길목을 차단하고 있는 보안군과 대치하며 긴장이 계속됐다.
국왕에 대한 분노가 갈수록 끓어오르는 이유는 야당 연합과 마오이스트 반군을 아우르는 정치 세력에 “왕정은 필요 없다”고 부르짖는 젊은이들의 혈기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AP 통신은 “네팔 인구의 60%는 35세 이하로 이전 세대와 달리 1990년 선보인 민주주의를 체험하며 자랐다”며 “국왕을 힌두교 신 비슈니의 환생으로 믿고 절대시하는 전통적 권위가 이들에게는 먹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프라탑 싱갈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불러올 혁명을 갈망하는 것이지 어설픈 총선을 원하는 게 아니다”며 “국민의 힘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갸넨드라 국왕의 불완전한 성명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힌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 국가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비난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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