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미국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축출된 뒤 3년 만에 이라크의 새로운 정부 구성이 본궤도에 들어섰다. 지난해 12월15일 총선 이후 표류해왔던 총리 지명 작업이 종파 및 종족간 대합의로 마무리됐고, 대통령과 의회 의장 등 권력 핵심부 인선 작업도 마쳐 새 내각 구성과 의회 인준만 남겨뒀기 때문이다.
이라크 의회는 22일 시아파 정치 블록인 통합이라크연맹(UIA)이 추천한 다와당 2인자 자와드 알-말리키(56)를 차기 총리로 지명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전체 275석 가운데 과반에 못 미치는 128석을 확보, 다수당이 된 UIA는 올 2월 차기 총리로 이브라힘 알 자파리 과도정부 총리를 추천했으나 수니파(55석)와 쿠르드족(53석)은 물론 미국까지 가세해 그의 총리 추천을 반대해왔다. 결국 자파리는 21일 퇴진 의사를 밝혔으며 UIA는 그의 최측근인 말리키를 차기 총리로 추천, 수니파와 쿠르드족으로부터 동의를 받아냈다.
의회는 또 이날 쿠르드족 지도자인 잘랄 탈라바니(72) 현 과도정부 대통령을 새 정부 대통령으로, 의회 의장으로 수니파 지도자인 마흐무드 알 마슈하다니(58)를 선출했다. 부통령으로는 UIA 지도자인 아델압델 마흐디 현 과도정부 부통령과 수니파 지도자인 타리크 알 하셰미를, 의회 부의장으로는 시아파 지도자인 칼리드 알 아티야와 쿠르드족 의원인 아리프 타이푸르를 각각 뽑았다.
내각 수반으로서 군 통수권 등 실권을 장악할 총리는 다수당인 시아파가, 헌법상 기구로 상징적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은 쿠르드족, 입법 기구인 의회 수장은 수니파가 각각 차지하는 종파 및 종족별 안배가 이루어졌다.
탈라바니 대통령은 이날 말리키 총리 지명자에게 새 내각 구성을 요청했다. 말리키는 30일 안에 조각을 완료해 의회 인준을 받으면 다음달 중 온전한 이라크의 새 주권정부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말리키는 “모든 무기는 정부 통제 하에 둬야 한다”며 유혈충돌 사태의 책임이 큰 무장 민병조직을 제도권으로 흡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종파와 종족을 초월해 이라크 전체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는 국민화합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니파가 치안을 관장하는 내무장관을, 쿠르드족은 국방장관과 석유장관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다수당인 시아파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내각 구성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새 정부의 권력핵심 인선이 마무리됐다는 소식에 “테러리스트들에 맞서온 이라크 국민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새 정부는 자국 치안에 좀더 많은 짐을 져야 한다”고 강조,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점진적 감축을 시사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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