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주변에서 수년 간 카지노 주요 고객들에게 초(超)고리 사채업을 해온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브로커 윤상림(54ㆍ구속기소)씨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사채업자들과의 금전 거래 내역을 확보해 이 같은 수사 성과를 얻었다. 윤씨가 뜻하지 않게 검찰 수사에 공(?)을 세운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마약ㆍ조직범죄수사부(부장 정윤기)은 23일 강원랜드 카지노 ‘VIP 고객’들에게 연이율 240%의 도박 자금을 제공한 임모(39)씨 등 3명을 대부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하고, 이모씨 등 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달아난 사채업자 김모씨 등 2명을 수배했다.
임씨는 동생 등과 함께 사채업을 하면서 2003년 11월~올 2월까지 479 차례에 걸쳐 강원랜드 카지노 고객들에게 240여억원을 빌려줬고, 약 5억원의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함께 구속 기소된 양모씨는 200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모두 600여 차례에 걸쳐 244억원을 빌려줬고, 약 3억원의 세금을 안 낸 혐의다.
이들은 사무실 없이 차명계좌만 개설해 10억원대의 자본으로 사채업을 시작한 후 자금 회수가 쉬운 거액 도박꾼들에게만 일주일에 5%(연 240%)의 고리로 돈을 빌려주어 거액을 벌었다. 그러나 이들은 세금은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현행 대부업법 8조는 연이율을 7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세금을 추징하도록 관할세무서에 통보했다.
구속된 사채업자들은 ‘병장’으로 불리는 바람잡이들에게서 돈을 잃은 VIP고객을 선별해 소개 받았다. ‘병장’들은 한때 VIP고객이었지만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 후 다른 VIP를 사채업자들에게 소개해주고 이를 대가로 받은 소개비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을 가리키는 별칭이다.
검찰 관계자는 “강원랜드 카지노 출입자들은 1회 출입시 게임자금으로 가져가는 돈이 많아야 수천만원이지만 사채업자들로 인해 결국 수억원을 잃게 된다”며 “사채업자 등 거액 도박의 원인 제공자들을 꾸준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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