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의 남자’에서 ‘문제적 인간’ 연산군을 연기한 영화배우 정진영(42)씨가 21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을 찾았다. ‘왕의 남자’를 비롯해 ‘음란서생’ ‘궁’ 등 영화와 TV드라마에 사용된 전통 의상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한국일보 주최 ‘한류, 한복을 입다’ 전시회 관람을 위해서다.
“500만 땀 자수로 이루어진 이 곤룡포가 보기보다 꽤 두툼해요. 영화 찍을 때는 옷을 세 겹 껴입고 더워서 고생 많이 했죠. 의상 담당이 복식에 따르면 더 입어야 된다고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엄살 부렸던 때가 떠오르네요.” 정씨는 “영화를 한 편 끝마치면 그 영화의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그래서 ‘왕의 남자’ 종영에 대해 특별한 느낌이 없다”면서도 연산군의 옷을 매만지며 잠시 감회에 젖는 듯했다.
18일 막을 내린 ‘왕의 남자’가 112일간 전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며 모은 관객 수는 1,230만1,289명. 3월5일 ‘태극기 휘날리며’의 한국영화 역대 흥행 최고기록(1,174만명) 고지를 넘어선 후 매일 새 기록을 써왔다.
정씨는 “영화 속 광대 복장과 평민들 옷이 추레해 보이지만, 많은 공을 들인 의상들이다. 옷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쏟았으니 관객들이 좋아한 것 같다”며 흥행 비결을 의상과 연결해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왕의 남자’에 이어 다시 사극에 도전한다. 배용준이 주연을 맡고 ‘모래시계’의 콤비 김종학 PDㆍ송지나 작가가 다시 손잡아 화제를 뿌리고 있는 SBS 판타지 사극 ‘태왕사신기’다. 그가 맡은 배역은 현고. 사신(四神) 중 하나인 현무(玄武)의 현신(顯身)이다.
한류 열풍 확산을 겨냥한 이 대작 드라마에 출연하는 바쁜 와중에도 ‘한미자유무역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 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문화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캄보디아 하면 앙코르와트 아닙니까. 문화와 국가경쟁력이 동의어인 시대입니다. 문화적 정체성을 잃는 것은 결국 경제적 경쟁력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그는 일방적인 문화 전파는 경계했다. “한류가 문화제국주의처럼 행세해서는 안 됩니다. 단기간에 한탕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한류도 오래 못 가요.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우리 전통 의상과 소품 하나하나를 모아 보여주는 이번 ‘한류, 한복을 입다’ 전시처럼 우리 것을 차분히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