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무차관 협상이 타결되자 일본 정부와 정치권은 한숨을 돌리는 표정이다.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자민당 정조회장은 23일 “상호 대화로 의견 차이를 극복한 것은 ‘재난이 변해서 복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는 해저지형의 지명문제로부터 시작됐다”며 “(한일 정부가) 공동으로 연구해 함께 명명 작업을 한다는 발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아베 신조(安倍三晋) 관방장관은 22일 밤 “합의는 한일 양 정부가 냉정하게 대처해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한국과의 대화를 통해 미래 지향적인 우호를 쌓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내부의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다케시마(竹島ㆍ독도의 일본명)의 날’을 제정한 시마네(島根)현 스미타 노부요시(澄田信義) 지사는 “일본해(동해의 일본명)를 둘러싼 한국과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케시마 문제의 해결이 불가피함을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인식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일본 정부 내에서는 “사태 해결과는 거리가 먼 미봉책이다” “일본이 너무 고개를 숙였다”는 등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언론과 보수 인사들로부터는 초강경자세를 견지한 노무현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의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시 한번 반일감정을 이용했다”고 주장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일본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원칙파’와 ‘교섭파’가 강하게 대립,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차관의 방한을 놓고 끝까지 격론을 벌였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일본 정부에 전달돼 야치 차관이 아베 장관을 설득, 결국 방한 협상을 관철시켰다는 것이다.
당초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ㆍ대양주국장의 파견을 고려했지만 “청와대에 확실한 입장을 전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레벨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부상, 결국 야치 차관으로 낙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야치 차관을 보낸 배경에는 그가 이종석 통일부장관과 가깝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국제전화를 통해 협상을 지휘했던 아베 장관은 야치 차관을 통해 “일본과의 충돌도 불사한다”는 청와대의 의지를 확인했다.
아베 장관은 결국 한국이 6월 회의에서 해저지명의 변경에 대한 제안을 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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