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장 후보 경선을 이틀 앞둔 23일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사엔 아침부터 서울시장 예비 후보 3인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저마다의 손엔 필승 결의를 담은 마지막 출사표가 들려있었다.
맨 먼저 당사를 찾은 오세훈 후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그는 강북도심 부활 등을 골자로 한 ‘10대 실천 과제’를 내놓았다. 오 후보는 “대의원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며 “나는 여야 중간지대 유권자들을 끌어올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의원ㆍ당원 조직의 열세를 인정했다.
“경선 당일 시민선거인단 30~40% 만 투표에 참여해도 좋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짧은 간담회를 마치고 대의원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며 서둘러 당사를 떴다.
이어 맹형규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차례. 비슷한 시각에 당사에 도착한 두 후보는 기자회견 순서를 서로 양보했다. “맹 후보가 나가고 나며 얘기하겠다” (홍 후보) “나 욕 할려고 그러지?”(맹 후보) 등 농담이 오갔다. 웃음을 섞었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막판 변수인 이명박 서울 시장의 의중, 이른바 ‘이심(李心)’ 때문이었다.
홍 후보는 “(이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 표명을 하기로 했는데 맹 후보측에서 오늘 아침 정 의원을 찾아와 기자회견장에 못 나가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맹 후보측은 “정 의원이 홍 후보가 기자회견을 같이 하자고 요청하자 대놓고 거절할 수 없어 그렇게 핑계를 댔을 것”이라며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맹 후보는 기자 회견 말미에 “이 시장 최측근과의 통화 내용을 소개한다”며 “후보 중 누군가가 이 시장 지원 받는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믿지 말라고 했다”며 홍 후보를 겨냥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 의원의 입장은 이심의 소재가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당내서 인식된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그 때문이었다. 정작 정 의원은 종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런 두 사람이지만, 오 후보를 공격하는 데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맹 후보는 “3년간 준비해온 후보와 2, 3주만에 급조된 후보는 분명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고 했고, 홍 후보는 “당이 어려울 때마다 나는 내 이미지가 상처 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헌신해왔다”고 오 후보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민심에서, 맹 후보는 당원협의회장 장악에서, 홍 후보는 기층 대의원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게 당 안팎 분석이다. 결국 세 후보간 승부는 경선 당일 투표율과 현장 분위기에서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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