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이를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독도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3일. 프로배구 삼성화재가 서울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벌어진 ‘2006 한일 V리그 톱매치’에서 일본 실업배구 최강 사카이를 3-0(27-25 25-15 30-28)으로 격파하면서 우승했다. 사카이는 공교롭게도 이날 독도 근해 해양 탐사를 6월말까지 포기한 일본 측량선이 정박하고 있는 항구와 발음이 같다.
삼성화재 선수단은 경기 전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독도 문제로 반일 감정이 높아서다. 신치용(51) 감독은 “독도 문제 때문에 승패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면서 “오늘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기겠다”고 말했다. 신진식(31)은 “일본에 절대 질 수 없다”고 다짐했다. 관중석에서는 시종일관 “대한민국 만세”가 터져 나왔고, 치어리더는 대형 태극기를 흔들었다.
삼성화재가 앞세운 조직력이 브라질 출신 용병 호드리구 핀투(202㎝)를 앞세운 사카이의 공격력을 압도한 한판이었다. 25-25 동점이던 1세트. 왼쪽 진영에서 솟구친 신진식(13점)이 연거푸 스파이크 2개를 성공시킨 삼성화재는 27-25로 1세트를 따냈다. 기선을 제압한 삼성화재는 2,3세트를 내리 따내 “일본에게는 절대 지지 않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전날 산토리를 3-1로 격파한 삼성화재는 2연승으로 제1회 한일 톱매치 우승(상금 2만달러)을 차지했고, 현대캐피탈은 산토리를 3-0(25-14 25-22 32-30)으로 꺾고 사카이와 함께 1승1패를 기록했지만 점수 득실률에서 앞서 2위가 됐다.
삼성화재의 신진식은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전체 23표 가운데 22표를 휩쓸어 MVP(상금 5,000달러)에 선정됐다. 신진식은 ‘현대캐피탈을 3-1로 꺾은 사카이를 이긴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대답했다.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결정전 패배 이후 컨디션이 나빴지만 정신력으로 똘똘 뭉친 끝에 이길 수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편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과 도로공사가 각각 파이오니아와 히사미츠에 0-3으로 완패, 2패를 기록했다. 히사미츠(2승)는 점수득실률에서 앞서 파이오니아를 제치고 우승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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