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특파원 칼럼] 구글은 용감하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특파원 칼럼] 구글은 용감하다

입력
2006.04.27 17:11
0 0

요즘 중국 인터넷 업계에서 화제는 단연 구글의 공격적인 변신이다.

구글은 지난 12일 중국 현지화를 선언했다. 올 여름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100여명의 고급인력으로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투자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내놓으면서 구글의 이름을 ‘구거(谷歌)’로 바꿨다.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현지화 선언으로 중국인 사로잡기

더 나아가 로마에서 로마법을 따르듯 중국 법률을 준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구글 최고경영자 에릭 슈미트는 “회사가 발을 딛고 있는 지역의 법률을 따르는 것은 절대적으로 옳다”고 말했다. 인권, 티베트 문제 등과 관련된 정보 게시를 금하는 중국의 검열 방침을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취지였다. 외신들은 “구글이 중국 찬가를 불렀다” “구글이 초조감에 중국시장에 굴복했다”는 혹평을 쏟아냈다.

구글의 전략에 초조감이 일부 묻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은 유독 중국에서 기를 못 펴고 있다. 2004년 중국 토종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와 구글의 시장점유율은 33.1%, 22.4%였지만 지난해에는 46.5대 26.9로 벌어졌다. 구글은 야후에도 뒤지는 3위이다.

하지만 구글이 상황 대처에만 급급해 현지화 전략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올해 초 구글과 야후 등은 중국의 검열에 순응했다는 이유로 미 의회 청문회에 소환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인권을 팔았다는 지적을 받은 지 두 달여 만에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식으로 미국식 일방주의가 아닌 시장 논리를 따르는 배경에는 뭔가가 있다. 1억5,000만명의 세계 1위 인터넷 사용국인 중국을 거머쥐지 않고서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정치적 비난이라는 멍에를 감수하기로 한 듯하다.

구글의 변신을 보는 중국 당국은 뿌듯하지만 중국 업계의 반응은 매우 심각하다. 한 TV 방송국은 구글의 성장과정, 검색포털 시장 재편 등을 주제로 토론 프로그램을 긴급 편성했다. 참석 패널들은 바이두의 선전을 예상하면서도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통한 구글의 토종 포털 인수 가능성과 압도적 우위의 기술력 등을 우려했다.

구글의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후인 18일 한국의 현대자동차는 베이징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제2공장을 짓기 위한 기공식을 가졌다. 구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 밀리면 글로벌 전략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설비 증설이었다. 10억 달러가 투자되고 3,200명의 고용 효과가 있는 프로젝트였지만 중국 언론은 이 소식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썰렁한 현대차 기공식과 대조적

두 기업은 업종, 업계 내 비중 등이 판이해 평면 비교가 어렵다. 하지만 기술혁신 1, 2위를 다투는 구글은 미국 젊은이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기업인 반면 현대자동차는 현재 검찰 수사로 사면초가이다. 기공식 참석차 베이징에 왔던 정몽구 회장은 영도급 지도자들을 못 만나는 ‘푸대접’을 받았다. 두 사례는 기업의 공격적 경영도 안팎의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시장이 ‘위협’으로 받아들인다는 상식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