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값이 날개를 달았다. 금값이 2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은 구리 아연 등 금속과 원유 가격도 나날이 치솟고 있다.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도 크게 올라 국내에서도 원자재 펀드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해외 언론들은 최근의 원자재 가격 폭등이 투기성 자금 등 국제 유동성이 집중돼 생긴 일종의 거품이라고 진단하면서도 중국, 인도로부터의 수요가 강하고 원자재의 특성상 공급 부족이 단시일 내 해결되기 어려워 버블이 쉽게 꺼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실질적인 매매는 발생하지 않지만 현물시장에 초과 수요를 발생시킬 수 있는 상품 선물시장에 전세계의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원자재 가격이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 부족이 가격급등을 부를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이 분야 투자에 새롭게 눈을 뜬 기관투자자 등이 선물계약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에 대거 투자하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여든 자금 때문에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원자재 펀드의 수익률이 올라가자 또다시 자금이 들어오는 순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칼럼을 통해 “전세계 원자재 가격에 버블이 형성돼 있으나 버블의 붕괴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큰손’들은 물론 소액투자자까지도 세계적인 원자재 투자 붐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 PB 센터가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들어 4개월 동안 ‘메릴린치월드광업주펀드’를 211억원어치 판매했다. 이 상품은 세계 채광 및 금속회사의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로 관련 원자재는 철과 석탄, 구리, 아연, 니켈 등이다. 금속 가격의 수직 상승 덕에, 이 펀드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3월31일 기준으로 61.01%를 기록했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12월부터 이 펀드를 팔기 시작해 총 450억원어치를 팔았고, 한국씨티은행 역시 같은 펀드를 올해 들어서만 355억원어치 팔았고 우리은행도 247억원어치 판매했다.
‘메릴린치월드에너지펀드’도 잘 팔리는 원자재 펀드다. 세계의 에너지 탐사 및 생산 기업, 신규 탐사 기업, 정유기업 등의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3월31일 기준으로 1년간 43.4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민은행은 해당 상품을 219억원, 신한은행은 192억원, 우리은행은 102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이렇게 원자재 펀드가 인기를 끌자 국내 운용사와 증권사들도 앞다퉈 원자재 펀드를 설정, 판매하고 있다. 대한투자증권은 지난달 금과 원유뿐 아니라 커피와 설탕에도 투자하는 상품을 국내에 처음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조만간 해외의 다양한 원자재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 형태의 원자재 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은행이 지난달 22일부터 판매하고 있는 ‘우리 Commodity 인덱스플러스 파생상품투자신탁 1호’는 원유 금 구리뿐 아니라 아연 소 돼지 커피 옥수수 면화 등 매우 다양한 상품에 골고루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원자재 펀드의 높은 인기에 따라 최근 한화증권, 대신증권 등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메릴린치 등 해외 자산운용사가 운용 중인 원자재 펀드는 전체 자산의 대부분을 원자재에 투자하므로 수익도 많은 반면 위험도 높은 편이다. 국내 운용사가 개발한 상품은 대부분 투자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전체 자산의 90% 가량을 안전한 국공채에 투자하고 나머지 자산으로 원자재 선물이나 원자재지수에 연계된 파생상품(워런트) 등에 투자해 초과 수익을 노리는 구조로 돼 있다.
대투증권 강창주 상품전략본부장은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부동산과 채권, 주식 등에 한정되어 있는데, 원자재 펀드는 이들 자산과의 상관관계가 적어 분산 투자 대상으로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단, 최근 원자재 가격이 파생상품 펀드를 구성할 수 없을 정도까지 상승한만큼 ‘올인’하지 말고 자산의 일부를 분산 투자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