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선생의 글은 공감하면서든 반감을 가지면서든 재미있게 읽힌다. 얼마 전 출간된 소설 ‘보이지 않는 손’에 소개된 개념인 ‘개념적 돌파’의 추구가 그의 글을 이끌기 때문이리라. 소설에 따르면, 개념적 돌파는 세상의 구조나 자신의 정체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 때 나온다.
‘보이지 않는 손’에는 첩첩 잡석더미로 통로가 막힌 개척자의 안타까움이 배어 있다. 그것은 ‘역사 속의 나그네’인 고고학자의 회한이기도 하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미래의 독자들의 판단에 호소해야 했다. 미래에도 자신의 작품에 대한 독자들이 나올 것 같지 않으면, 과거의 독자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이 구절은 현재의 독자 중 한 사람인 내게 안타까운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복거일 선생은 자유주의자를 자임한다. ‘보이지 않는 손’에는 ‘이제는 소수자가 된, 진정한 보수적 자유주의자’의 자긍심에 찬 외로움이 ‘자유의지’의 찬미와 함께 토로된다.
자유란 뭘까? ‘자유의지’의 자유와 ‘자유경제’의 자유는 같은 걸까? 보수주의자의 개념적 돌파란? 상식과 개념적 돌파는 상극일까? 복거일 선생의 글을 읽을 때면, 나로선 제법 지적인 의문을 떠올려보게 된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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