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서 열린 한일 외교차관 협의로 폭발직전이었던 양국 관계가 진정 국면을 맞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한 측량조사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시작한 이번 사태가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외무성 사무차관의 전격 방한으로 정리되는 이례적 상황 전개는 많은 추측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정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아베 신조(安倍三晋) 관방장관이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중적 인기를 발판으로‘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로 가장 유력한 아베 장관은 이번에 외교적 판단 능력에 심각한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아베 장관은 처음부터 치밀한 계산 아래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한국어 해저지명 등록 움직임을 보이자 사전 협의 없이 측량조사 단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무라이가 칼을 뽑듯 덤빌 만한중대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 인식이다. 아베 장관은 그럼에도 일본이 잃을 것이 없다는 판단 아래 적당한 명분을 내세워 몰아붙인 후‘갈 수 있는 데까지 간다’는 전략을 편 것으로 보인다.
21일 자민당 관계자에 따르면“국제법상 문제가 없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강행 의지를 밝혔던 아베 장관이“원만한 타협”을 언급하며 한발물러선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민당내 불만이 증폭했기 때문이다. “독도문제는 한일관계보다 우선한다”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말이 상징하듯 한국이 예상 밖으로 강경 대응한 것에 당황했던 아베 장관으로서는 자민당 내 반발로 결정타를 맞은 셈이다. 자민당 내에서는“납치문제를 위해서 한국과 공조가 꼭 필요한데 왜 하필이면 이때냐”“외교와 협상의 ABC도 모른다”는 등 비판이 쏟아졌다고 한다.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자민당 총무회장은 20일“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에 대한 (한국의) 실효지배를 (일본이)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양해 없이 마음대로 조사를 추진하는 것은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尖閣) 제도에 중국이 들어와 시끄럽게 하는 것과 같다”며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결국 야치차관의 방한은 이같은 상황변화를 보여주는 것으로 전문가들은‘사태해결’이냐‘명분축적용’이냐며 말이 많았던 야치차관 방한을 통해일본정부가 이번 사태를 일단락 지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