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를 자주 쓰면 중독되기 싶다.”
“진통제를 사용해도 실제로 통증을 조절할 수 없다.”
“통증이 심해질 경우를 대비해 진통제를 아껴둬야 한다.”
“진통제로 인한 부작용을 생각하면 통증을 참는 것이 낫다.”
“통증을 호소하는 것은 의사의 주의를 분산시켜 치료를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위의 5가지는 통증을 호소하는 암 환자들이 통증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럼, 몇 개가 틀리고 몇 개가 맞을까? 답은 모두 ‘틀리다’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암성통증 관리지침’을 만들어 암환자, 암 전문 의료인들에게 배포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항암 치료를 받는 암환자의 30~50%, 진행성 암환자의 60~70%, 말기암 환자의 80~90%가 암으로 인한 통증을 겪고 있지만 이중 60~70%가 위와 같은 잘못된 생각과 지식 부족 때문에 적절한 통증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일반인들이 마약성 진통제를 꺼려하지만 특히 말기암 환자의 경우 이를 적극 이용한다면 통증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복지부가 배포하는 책자‘암환자의 통증은 조절될 수 있습니다’의 주요 내용.
◆ 암성통증이란 무엇인가?
암이라는 병은 보통 증상이 상당히 악화된 뒤에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때문에 암성 통증이란 초기암 환자가 아니라 진행성 암, 말기 암 환자들이 극심하게 겪게 되는 통증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암성통증이 생기는 이유는 암이 뼈, 신경, 기타 장기를 누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암이 뼈로 전이됐을 경우 뼈 일부 조직이 파괴되면서 신경 등을 눌러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통증은 수술 후,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또 말기암 환자들은 각종 심적 부담, 불안 등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신체적 통증으로 변화돼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이렇듯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통증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정확하게 통증의 특징을 설명해 그것이 암성통증인지 여부를 가린 다음에 원인과 치료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 통증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우선 어떤 부위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지를 말해야 한다. 한 곳에서만 통증이 오는지 아니면 몇몇 곳에서 통증이 생기는지 등이다. 또 통증의 느낌도 중요하다. 날카로운지, 둔한지, 욱신욱신 쑤시는지, 타는 듯한 느낌인지, 저리는지, 칼로 벤 것처럼 아픈지 등 구체적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하루에 몇 차례 통증이 오고, 한번 온 통증은 얼마나 지속되는지, 그 아픔의 강도는 어떤지 등도 설명해야 한다.
또 이럴 경우 어떤 행동, 자세 등을 하면 통증이 완화되는 지도 기억해뒀다가 의료진에 설명하면 좋다.
◆ 통증은 진통제로 조절될 수 있다.
암성통증이 발생할 때는 이를 조절하기 위해 우선 아스피린, 타이레놀과 같은 비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 약을 일정 용량 이상 복용해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마약성 진통제를 써야 한다.
마약성 진통제로는 코데인, 혹시코돈, 하이드로몰핀 등을 쓸 수가 있다. 또 환자가 약을 먹을 수 없는 상태일 때는 패치, 좌약, 피하주사, 정맥주사 등을 통해서도 투약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타는 듯하거나 따끔따끔 아픈 통증은 암세포로 인해 신경이 손상됐을 경우 많이 생기므로 이때는 항경련제, 항우울제 등을 먹는 게 좋다.
◆ 마약성 진통제, 중독되지 않나?
많은 환자들은 진통제 중독을 걱정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제는 1만명에 한명 꼴로 나타나는 만큼 무시해도 좋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마약성 진통제라 하더라도 수술 후 생기는 통증 등에는 장기간이 아닌 일시적으로 쓰기 때문에 중독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말기암 환자는 마약성 진통제를 장기간 사용해야 하나 이를 쓸 경우 진통을 훨씬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을 권유하고 있다. 또한 마약성 진통제는 사용 용량을 계속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진통제가 안 듣는 상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 통증을 잘 조절하려면?
통증이 온 다음에 약을 먹으면 늦다. 때문에 약을 항상 시간에 맞춰서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통증이 다시 생기지 않는다고 복용을 중단하면 통증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진통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더라도 갑자기 통증이 생기거나, 통증이 심해질 때는 미리 처방받은 속효성 약을 즉시 먹는 게 좋다.
비약물 요법으로는 아픈 부위에 냉ㆍ온찜질을 해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 온찜질은 아픈 근육을 풀어주고, 냉찜질은 통증 부위 감각을 마비시켜 주게 된다. 그러나 찜을 할 때는 15분 정도 찜질을 하고 1시간 정도 쉬었다가 다시 찜질하는 것이 좋다. 또 마사지, 지압, 심호흡 등도 좋다.
◆ 구토, 변비 등 진통제 부작용은?
진통제의 부작용으로는 변비, 구역질, 구토, 졸림 증상이 생기거나 호흡횟수가 느려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은 약 복용 후 며칠이 지나면 대부분 사라지게 된다.
우선 변비가 생겼다면 물, 채소, 과일 등을 많이 먹어주는 것이 좋다. 또 구역질, 구토가 생겼을 때는 의료진에게 말해 이런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제를 처방받을 수도 있다.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한 경우에는 잠이 오거나 정신이 약간 혼미해질 수 있다. 이 증상은 오래 가진 않지만 초기에 의료진에게 증상을 말한다면 졸음을 줄이는 약을 처방 받을 수 있다. 또 약 복용으로 인해 호흡수가 1분에 10회 이하로 줄어든다면 즉시 약 복용을 중단하고 의료진에게 상의하는 게 좋다.
암 통증 환자는 ‘통증일기장’을 써보는 것도 좋다. 통증의 강도를 ‘0~10’단위로 분류해, 통증이 없는 상태를 ‘0’, 통증이 최고에 달한 상태를 ‘10’으로 기록한다. 이와 함께 통증 시간, 통증 완화시키는데 도움이 된 방법 등을 기록해 의료진에게 전달하면 된다. 이런 정보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적당한 진통제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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