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ㆍ기아차 그룹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1조원을 기부키로 약속하면서 추가 사재출연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키로 한 글로비스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별도의 사재 출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19일 증시에서 하한가로 밀려났던 글로비스 주가는 20일 전날보다 50원 상승했으나 정 회장 부자 보유분(60%)의 평가액은 여전히 7,998억원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정 회장 부자의 지분이 떨어져 나가면서 현대ㆍ기아차그룹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질 경우 글로비스는 성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인해 글로비스의 장기적인 주가전망을 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운반계약 자체가 3~5년의 장기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그룹과 글로비스와의 거래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의 분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비스의 현대ㆍ기아차그룹 의존도는 거의 절대적인 수준이다. 지난해 영업실적을 기준으로 할 때 현대ㆍ기아차그룹에 대한 매출의존도는 무려 80%에 달한다. 글로비스는 실제 그룹 계열사들이 물량을 몰아준 덕택에 최근 4년간 연평균 65.7%의 고성장세를 보였다. 2001년 1,900억원 수준이던 매출액도 지난해 1조5,400억원으로 7배 이상 급증했다.
이 때문에 정 회장 부자의 지분 기부가 이뤄질 경우 글로비스에 대한 현대ㆍ기아차그룹의 지원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만일 글로비스 주가가 향후 성장성에 대한 부담 때문에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다면 1조원을 맞추기 위해 사재를 더 내놓을 수밖에 없다.
현재 상장사 지분만 살펴볼 경우 정 회장은 글로비스 주식 외에 현대차 1,139만주(5.2%), 현대모비스 678만주(7.91%), 현대제철 1,068만주(12.58%), 현대하이스코 802만주(10%)를 보유하고 있다. 정 사장은 기아차 690만주(1.99%), 현대차 6,445주를 각각 갖고 있다. 여기에 정 회장은 주식 배당금으로만 2000년 이후 1,000억원 이상을 받는 등 현금도 일부 보유중인 것으로 관측돼 추가 출연은 정 회장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글로비스 주가의 하락폭이 커지고 다른 계열사 주식의 추가 기부 물량이 늘어난다면 정 회장 부자의 그룹 지배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숱한 난관이 도사리고 있어 그룹측의 고민이 이래저래 깊어질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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