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 보유자인 이은주(84) 명창이 소리 인생 70년을 기념하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27일 저녁 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제자, 그 제자의 제자들까지 약 200명이 나와 정선아리랑’ ‘긴아리랑’ ‘이별가’ ‘집장가’등 경기민요의 대표적 노래들을 부르고 춤도 곁들인다.
1975년 안비취, 묵계월 명창과 더불어 경기민요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그는 지금도 매일 서너 시간씩 제자를 가르치고 개인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 현역이다.
안 명창은 97년 작고했고, 묵 명창은 지난해 은퇴했다. ‘은주’라는 이름은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 같이 목이 곱다 하여 스승이 지어준 것이다. 여든을 훌쩍 넘긴 고령이 무색하게 여전히 고운 목을 갖고 있는 그는 지난 달에도 새 음반을 녹음했을 만큼 정정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은퇴요? 글쎄,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어요. 이번에 봐서 소리가 괜찮다 싶으면 요담에도 또 해야지요. 아직도 모르는 것, 배울 것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이젠 나이도 있으니 그저 제자들 잘 되는 게 소원이에요.”
경기도 출신인 이 명창이 소릿길에 든 것은 15세 때. 하도 소리를 잘 해 왜 그런 재능을 썩히려 하느냐는 주변의 성화에 어머니가 반대하는 아버지 몰래 그를 서울로 데려와 당시 경서도소리의 원경태 명창에게 맡긴 것이 시작이었다.
“선생님한테 종아리 맞으면서 처음 소리 배우던 게 지금도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제가 평생을 바친 소리가 제자들에 의해 누대에 이어질 거라 생각하면 벅차고 자랑스럽지요.”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