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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네팔에도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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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네팔에도 봄이 찾아왔다

입력
2006.04.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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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어 있던 씨눈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이 다시 찾아왔다. 추위에 굳어있던 몸이 기지개를 켜면서 나의 마음 또한 건강한 결실이 맺어지기를 기원하며 갖가지 일들을 일구려는 의욕으로 용솟음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충동질하는 봄날에 갑자기 찾아오는 꽃샘추위는 겨울바람보다 시리다. 그러나 찬 바람은 결국 봄날의 따스함을 이기지 못하고 사람들이 벗어던진 외투와 함께 사그라진다.

●고교시절 5·18비디오 보고 충격

1980년 광주의 봄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네팔이 민주화운동의 열기로 가득했던 고등학교 시절, 나는 어느 먼 시골집에 숨어서 친구들과 함께 네팔에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던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보았다. 같은 사람, 게다가 같은 나라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을 동물같이 매질하고, 총질하는 군인들을 보면서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러한 고통을 겪으면서 한국은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한국에 살면서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에 대한 비판이 자유롭고, 인권 문제에 대하여 진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한국인들을 보면 부러움과 동시에 네팔의 현실이 떠오른다. 왕에 대한 비난,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이 곧 비난죄로 이어져 감옥살이를 하게 되는 것이 안타까운 네팔의 현실이다.

네팔도 1990년 민주화운동의 결실로 판차야트 제도(Panchayat systemㆍ평의회 제도)의 폐지와 복수정당제의 부활을 이루어낸 경험이 있다. 하지만 갸넨드라 왕정의 폭압정치와 대통령 및 국회의원들의 실정, 마오주의자들의 반란으로 인한 내분이 겹치면서 올 봄 네팔 민중들은 다시 한 번 민주화를 위한 함성을 터뜨렸다. 현재 네팔에서는 왕이 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체포와 구금, 각종 폭력 등의 민중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혼란한 조국의 상황을 외국에서 마음 졸이며 살펴볼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나에게 우연히 네팔의 현 상황을 알리고 해결방안에 대하여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가 주최한 한 모임에서 네팔의 인권 문제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많은 한국인과 네팔 출신이 아닌 다른 외국인들이 자기 나라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재 네팔의 민주화운동과 인권 문제를 자신의 문제인 것처럼 아파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 네팔 민주화운동 관심에 힘얻어

한국인들은 이미 4월의 봄, 5월의 봄을 경험하면서 민주화를 이루어냈다. 2006년 한국의 봄은 만발한 꽃으로 뒤덮여 있지만 네팔의 올 봄은 흙먼지와 화염병에서 내뿜는 따가운 연기, 그리고 민중들의 피비린내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 해 봄을 기억하는 한국인들의 네팔 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과 지지는 네팔인들에게 꽃샘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네팔에도 봄이 찾아왔다. 그리고 네팔 사람들은 몸을 얽어매던 답답한 겨울 외투를 벗어버리고 새 봄을 맞이할 움직임으로 한창이다.

검비르만 쉬레스터ㆍ예티인터내셔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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