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의 솔로몬제도가 20일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폭동으로 무정부 상태에 빠져들었다. 수도 호니아라가 한때 폭도 수중에 넘어가 도심 곳곳이 약탈과 방화로 파괴됐다.
사태는 18일 의회에서 스나이더 리니(46) 부총리가 총리에 당선되자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돌을 던지던 시위 군중은 폭도로 돌변해 차이나타운을 습격하고 최고급 퍼시픽 카지노 호텔을 불태웠다.
공권력이 무너지면서 무법천지로 변한 도심에서 시위대는 리니가 사퇴할 때까지 파괴행위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리니 총리는 취임식을 무기 연기한 채 호주군 보호 속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반대로 촉발된 사태 이면에는 반 중국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고 호주 CBC방송은 전했다. 솔로몬 정계의 실력자로 통하는 중국계 토머스 창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리니는 총리 선거에서 창의 돈으로 의원들을 매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창은 ‘독립연합당(AIMP) 당수로 아들은 현 외무장관이다. 프란시스 빌리 힐리 전 총리는 “의원들이 리니에게 찬성 투표를 하도록 매수됐다”며 선거부정을 주장했다.
시위 군중이 경제권 대부분을 장악한 중국계에 대한 반감으로 차이나타운을 가장 먼저 공격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만과 수교한 이 나라에 대해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란 분석도 있다. 차이나타운은 90% 이상이 전소됐다.
호주의 솔로몬제도 전문가 헬렌 휴즈는 “반 중국 정서는 사태의 단면에 불과하며,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섬간의 갈등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각 섬 대부분을 장악해 부정부패를 일삼는 족벌들도 이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앨런 케마케자 전 총리와 일부 각료들 역시 비리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
‘행복제도’로 알려진 솔로몬제도는 1978년 영국에서 독립한 인구 50만 명의 섬나라로, 2차 대전의 격전지로도 유명하다. 수도가 있는 과달카날섬 전투에서 미군 7,000여명과 일본군 2만8,000여명이 희생됐다.
2003년 발생한 인종간 폭동은 외국 중재로 진정됐으나, 지금도 반정부 세력이 일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이번 사태에도 경찰과 군을 파견했다.
최근에는 조세피난처로 각광 받고 있는데, 한국 사정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는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도 국적을 솔로몬제도로 옮겼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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