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에 추위, 그리고 눈과 우박까지….’
이번 주 들어 한반도에서 봄은 갑자기 사라지고 계절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 겨울로 가버렸다. 단순한 꽃샘추위 정도가 아니라 갖가지 악기상이 겹쳤다.
추위의 원인은 중국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 때문이다. 이 정도라면 그냥 꽃샘추위가 나타나는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둘러싼 기압배치가 이 찬 공기를 무지막지한 악기상으로 바꿔놓았다.
중국에는 고기압, 우리나라 동해에는 저기압, 일본 열도 밖에는 고기압이 있었다. 동해의 저기압이 일본 동쪽에 자리잡은 강한 고기압에 막혀 빠져나가지 못하고 멈추었다.
저기압이 우리나라 동쪽에 머무는 동안 중국 동쪽의 고기압이 접근하면서 고기압과 저기압의 거리가 가까워져 중국쪽에서 우리나라로 차고 강한 바람이 계속 불었다.
찬 바람은 우리나라에서 따뜻한 공기와 만나 지상으로 하강하고, 수증기를 함유한 지상의 따뜻한 공기는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공기가 서로 응결하면서 비 눈 우박과 같은 악천후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전국적으로 강풍과 폭설 피해가 잇따랐다. 20일 오전 9시쯤 경남 하동군 횡천면 남산리, 적량면 관리 등 6개 마을에 순간 초속 20㎙의 강풍이 불어 비닐하우스 110여 채가 파손됐다.
이에 앞서 19일 오전 8시쯤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송포포구와 해창포구에서 강풍으로 어선 4척이 전복되는 등 모두 18척의 배가 침수 또는 전복됐다.
항공기와 여객선도 무더기 결항됐다. 20일 오전 6시40분 김포발 제주행 대한항공 KE1201편을 시작으로 김포_제주 20편, 김포_김해 11편, 김포_광주 2편, 김포_여수 7편, 김포_대구 2편 등 모두 42편이 결항됐다.
군산과 부안 지역 인근 도서를 오가는 5개 항로 여객선 8척도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또 강원 인제군 한계령 정상 구간과 태백, 대관령 등지에는 2.6~15㎝의 눈이 쌓여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기상청은 “21일에는 바람이 잦아들면서 평년 기온과 날씨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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