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19일 정몽구 정의선 부자의 글로비스 지분 1조원어치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관련주들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19일 하한가까지 폭락했던 글로비스 주가는 20일 오전에도 하락세를 지속하다 정 회장 일가가 글로비스의 가치를 방어할 수밖에 없다는 보고서가 나오자 강보합으로 돌아서는 등 급등락세를 연출했다.
또 현대차 주가는 상승한 반면 기아차 주가는 정의선 사장의 검찰 출두로 하락했고, 현대모비스는 반사이익이 기대되며 7%대 급등했다. 한치 앞을 내다 보기 어려운 현대차그룹주 4인방의 주가 전망을 살펴본다.
현대차 이번 조치로 기업 지배구조가 나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한국투자증권은 20일 “이번 발표 내용은 시장에서 예상했던 범위 내에서 이뤄져 주가에 큰 촉매 역할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대차그룹이 투명경영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하고 1인 경영 체제를 심화시키는 기획총괄본부의 기능을 축소키로 한 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향후 글로비스와 거래에서 수익성이 제고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엠코, 이노센 등과의 내부거래도 투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아차 그동안 ‘정의선 효과’로 프리미엄을 받아왔던 기아차 주가에는 이번 사태가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정 사장이 글로비스 주식을 팔아 조금씩 기아차의 지분을 늘리면서 후계구도를 굳힐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제 글로비스의 주식을 기부해야 하니 정 사장이 기아차의 지분을 사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한화증권 남경문 연구원은 “기아차와 현대차의 영업력에 큰 차이가 나는데도 기아차가 현대차와 거의 비슷한 주가수익비율(PER)로 거래돼 왔다는 것만 봐도 기아차의 주가가 부풀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기아차의 주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예상했다.
글로비스 그동안 그룹의 지주회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현대ㆍ기아차가 영업 마진을 높게 유지해 주고 있다는 점 때문에 주가가 프리미엄을 받아 왔으나 이번 발표로 직격탄을 맞았다. 한화증권 고민제 연구원은 “글로비스는 실체보다는 비전에 의해 주가가 상승한 대표적 사례”라며 “중장기적으로 그룹의 물류전담업체로 고성장할 수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증권 김학주 연구원은 “글로비스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1조원 기부액을 채우기 위해 정 회장 부자가 사재를 추가 출연해야 한다”며 “이럴 경우 경영권 상실의 가능성이 있어 현대차그룹이 글로비스가 현재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존 계획대로 성장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현대모비스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글로비스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교보증권 임채구 연구원은 “정 사장이 기아차 지분을 매입한 것은 현대모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가가 쌌기 때문이었지만, 그동안 주가가 상승했고 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 자금 사정도 여의치 않게 됐다”고 진단하고 “향후 정 사장이 지분 확대에 나선다면 기아차보다는 현대모비스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의 15.0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의 38.67%, 기아차는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의 18.15%를 보유하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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