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자동차보험 제도가 대폭 손질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동차보험 만성적자 문제의 심각성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면서, 보험료 할인ㆍ할증 제도 개선과 차량 모델별, 지역별 보험료 차등화 도입 등 그 동안 손해보험업계의 해묵은 과제에 대한 제도개선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20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과 손해보험협회, 보험개발원 등은 오는 6월 공청회를 통해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보험료 할인ㆍ할증제도 개선
우선 사고를 많이 낸 운전자일수록 보험료가 할증되는 체계로 전환될 전망이다. 지금은 사고의 규모가 클수록 보험료가 할증되는 구조이다. 현재 보험료 할증률은 사망 사고의 경우 40%, 부상 사고는 상해등급에 따라 10~30%이다. 또 물적 사고는 50만원을 초과하면 10%이며, 50만원 미만 사고는 할증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로는 과거 몇 년간 사고를 낸 횟수가 많을수록 보험료가 할증되는 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장기 무사고 운전자의 혜택은 줄 것으로 보이는데, 당국과 업계는 보험료가 최고 60% 할인되는 무사고 운전자에 대해 ▦무사고 운전 기간을 현행 7년 이상에서 12년 이상으로 늘리거나 ▦할인 기간과 할인율을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장기 무사고 운전자에 대해 보험사들이 보험 가입을 꺼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차량 모델별 보험료 차등화
그 동안 자동차 업계의 반발로 도입이 지연됐던 차량 모델별 보험료 차등화도 내년부터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금은 배기량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차등되는데, 배기량만 같으면 2,000만원 짜리든 5,000만원 짜리든 보험료 기본 요율은 같다. 그러나 사고가 났을 때 차량에 따라 수리비와 이에 따른 보험금이 천차만별인 점을 감안하면 공평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부품 가격이 비싸거나 수리비가 많이 드는 차량 운전자일수록 보험료가 올라가게 된다. 특히 외제차는 보험료가 대폭 인상될 전망이며, 수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량 운전자는 보험료가 내려간다.
경차 중에서도 중형차 수리비보다 많이 드는 차종이라면, 중형차 보다 보험료를 많이 낼 수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외제차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보다 2.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승용차도 같은 등급의 차량에서도 수리비가 최고 73%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 지역별 보험료 차등화
사고가 많이 발생해 보험사의 손해율(수입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이 높은 지역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료를 많이 내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적게 내는 제도이다. 2003년 말 추진되다 ‘지역 차별화’라는 일부 지역의 반발로 보류됐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일정 기간 유예 기간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05년 4월~9월 기준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역별로 최고 18% 포인트씩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일련의 제도개선작업은 보험 가입자의 부담 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어 저항이 예상된다”며 “변화의 취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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