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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림 수사 '싱거운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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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림 수사 '싱거운 결말'

입력
2006.04.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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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명동서일필(太山鳴動鼠一匹)’이란 말이 딱 어울릴 법하다. ‘거물 브로커’로 불려온 윤상림(54ㆍ구속 기소)씨 사건 수사가 5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권력자들이 개입된 ‘게이트’로 비화할 것 같았던 초기 분위기에 비하면 결말은 기대 이하다.

검찰 수사결과는 그가 그저 ‘수완 좋은 상습 사기꾼’이었음을 보여준다. 그의 사기 대상이 판사, 경찰관,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 기업인 등 하나같이 잘 나가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 평범한 사기꾼들과 달랐을 뿐이다.

검찰은 윤씨와 돈 거래를 한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과 검찰 고위간부 출신 K 변호사 등을 사법처리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검찰은 그 동안 윤씨 범죄 40여건을 밝혀내 8차례 기소했다. 모두 ‘윤씨 1인의 단순 사기행각’으로 정리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윤씨 체포 후 5개월간 윤씨 계좌 1,000여 개를 이 잡듯 뒤졌고 사건 관련자 수백 명을 불러 조사했다. 대검 회계분석팀이 파견됐고 검사 5명과 수십 명의 수사관이 달라붙어 조사했다. 검찰은 “한 개인을 이렇게까지 조사하는 수사는 흔치 않다”고 말할 정도였다.

검찰은 그 결과 윤씨가 경찰에 청부수사를 의뢰하고 이를 미끼로 H건설 간부를 협박해 9억원을 뜯었고, 공사수주 등의 대가로 L, P, B 건설사 등에서 수십억 원을 갈취한 혐의를 밝혀냈다.

또 윤씨와 전ㆍ현직 법조인들의 돈 거래도 다수 밝혀냈다.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의 개인비리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가 드러난 것은 기대 밖의 소득이었다.

하지만 ‘거악(巨惡)’척결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시작한 수사는 시간이 지나도 비슷한 유형의 윤씨 개인 범죄 수를 추가하는 것 외에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윤씨에게 돈을 준 사람만 있고 돈을 받은 사람은 밝혀내지 못했다. 그나마 윤씨에게 돈을 뜯긴 사람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이가 드물어 유죄 입증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수사 초기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수사는 법조계 자정(自淨)의 의미도 있다”고 했으나 검찰이 윤씨와 전ㆍ현직 판ㆍ검사의 돈 거래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인상을 줘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남기기도 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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