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동작모델 정윤수씨
성장배경은 물론 성별, 나이 어느 것 하나 공통점은 없지만, 밝은 성격과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딛고 자활에 성공해 주위의 찬사를 받고 있는 두 장애인이 장애인의 날에 즈음해 잇따라 수필집을 냈다. 이들이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진솔하게 담아 낸 책은 '이 땅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의 깊은 의미를 생각케 한다.
배우 문소리씨가 영화 '오아시스'의 '공주'역할 연기를 위해 6개월 여를 밤낮으로 합숙하며 동작과 표정을 배웠다고 밝혀 화제가 됐던 장애인 정윤수(36)씨가 '꽃보다 활짝 피어라(천년의 시작 발행)'를 냈다. 그는 이 책에서 "나는 영화의 동작 모델일 뿐, '오아시스'는 나의 삶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선천성 뇌성마비 장애인인 그는 어린 나이에 친부모에게조차 버림 받고 삯바느질로 연명하는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는 설악산 정상을 온몸이 멍 투성이가 되도록 기어서 오를 정도로 강한 정신력과 세상에 대한 낙관적 견해를 갖고 있다.
정씨는 2002년 일본에서 자활 지도자 교육연수를 받은 뒤 '장애시민행동연대'라는 단체를 운영하는가 하면, 장애인 체전에 출전해 몇 년 동안 많은 메달을 따기도 했다. 현재 전동휠체어 스포츠 댄스 선수로 활동하며 가톨릭대 평생교육원 사회복지학과에 다니고 있는 그는 오는 5월 직업교육을 받으며 만난 동료 장애인과 결혼도 앞두고 있다.
그는 "내 생활은 영화가 나오기 이전부터 '공주'라고 불릴 만큼 밝았으며, 영화 속 장애인과 달리 내 삶은 언제나 능동적이었다"며 "책을 통해 장애인들도 비록 색깔은 다를지언정 정상인과 똑 같은 삶을 지향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15년 걸려 써 낸 배석형씨
장애인 수필가 배석형(50)씨가 등단 12년 만에 첫 에세이집 '아픈 것이 반갑다(이지출판 발행)'를 출간했다. 거동이 불편하고 약시가 심해 시각장애인용 점자를 1분에 3~4자 밖에 치지 못하는 그가 무려 15년에 걸쳐 완성한 노작 중의 노작이다.
배씨는 장애를 얻기 전까지만 해도 경기중ㆍ고를 졸업한 수재요, 여행과 등산, 기타연주와 음악감상이 취미인 '잘 나가는' 청년이었다. 사고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평소처럼 혼자 서울 불암산에 올랐다 하산하던 길에 미끄러져 등산로 3㎙ 아래 바위에 머리를 부딪힌 것. 뇌신경 마비 후유증으로 그는 직장을 그만 둔 것은 물론 드라마 작가의 꿈도 포기해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제가 사고로 많은 것을 잃었다고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덕분에 세상에 10%나 되는 장애인 이웃을 얻었거든요."
배씨는 장애로 인해 생긴 불편의 대가로 얻은 새로운 관점과 세심한 관찰력으로 수필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천치, 바보라 놀리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순수한 영혼과, 예전 같으면 그저 지나쳤을 일상, 주위 사람들에 대한 단상을 틈날 때마다 점자도서관을 찾아 글로 옮겼다.
배씨는 책 제목처럼 요즘은 자신의 몸이 불편한 것마저 감사하며 산다. 그는 "고난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많은 이들을 이해하고, 도움 주는 손길에 감사하게 된 것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