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초강경 대응을 밝혔지만 일본 정부는 표면적으로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三晋) 관방장관은 1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측량을 중지하라는 한국의 요구를 가볍게 일축했다. 그는 측량이 국제법상 문제가 없기 때문에 한국이 과민반응 할 이유가 없다는 자세를 취했다. 이번 사태를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조사는 꼭 진행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인 그가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을 연출하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그러나 일본의 차분함 뒤에서는 고민하는 모습도 노출되고 있다. 특히 사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는 외무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쿄의 외교소식통은 “일본측이 국민을 향해 멋진 칼을 뽑아 들었는데 한국의 반발이 예상외로 강력하자 고민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외무성의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차관이 17일 나종일 주일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향후 수역조사를 할 때는 상호 통보하자”고 제안한 것은 외교적 타결의 시도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일본 정계와 언론의 태도가 극히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18일 이시카와 히로키(石川裕己) 해상보안청 장관을 불러 “냉정하고 정확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한 것 외에는 정계에서 별다른 발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도 그리 크게 보도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격렬한 반응을 상대적으로 자세하게 전하고 있어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반감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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