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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20주년 맞은 포스텍 박찬모 총장/ "이공계 외면하면 한국미래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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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20주년 맞은 포스텍 박찬모 총장/ "이공계 외면하면 한국미래 암울"

입력
2006.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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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포항공대)은 앞으로 15년내에 세계 20위권 이내 대학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약속’을 지키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공계를 외면해서는 국가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지요.”

올해로 개교 20주년을 맞은 포스텍 박찬모(71) 총장의 관심은 세계 연구대학의 중심에 포스텍을 세우는 데 모아져 있었다. 박 총장은 칼텍(캘리포니아공대)의 기초이론과 MIT(매사추세츠공대)의 실용학문을 접목시켜 연구를 이끌어 나가면 ‘꿈’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구상을 현실화 하는 데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고,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 15곳을 만들겠다”고 호언한 김 부총리에 약속 이행을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른 한편으론 지난해 11월 김 부총리가 대외적으로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후속 조치를 내놓지 않는 데 따른 실망의 표현이기도 했다.

박 총장은 또 대입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학에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3불(不) 정책’(본고사ㆍ기여입학제ㆍ고교등급제 금지)으로 규정지어지는 현행 대입제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목표로 한 ‘포스텍 비전 2020’을 발표한 그를 18일 오후 만났다.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을 평가한다면.

“포스텍은 우리나라에서는 최고 수준의 이공계 대학이지만 세계 순위는 50~60위권이다. 갈길이 멀다. 국내 대학 전체적으로는 대학수와 학생이 너무 많다. 대학만 200개가 넘는다. 대학의 경쟁력은 선택과 집중, 학제간 협력, 국제화 등에서 비롯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를 충족시키는 국내 대학은 손꼽을 정도다. 강한 학문 분야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구중심대학 육성 사업이 가시화 하면 국내 대학의 경쟁력이 보다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

“(그렇게 되려면)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먼저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15곳을 선정하겠다고 해놓고 말이 없다. 선도 대학이 있어야 대학의 질이 높아진다. 한국이 살길은 전 세계인이 부러워 할 정도의 과학 발전이다. 김 부총리가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

-현행 대입제도가 포스텍의 신입생 선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포스텍은 수시모집을 통해 신입생의 70%를 넘게 뽑는다. 과학고생들이 아무래도 많이 지원한다. 기본적으로 학생 선발, 정원 문제 등 입시와 관련한 사안은 학교 자율에 맡겨야 한다. 3불 정책도 그렇다. 과학고와 일반고의 학력차이를 인정하는 게 당연하다. 기여입학제는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앞으로는 올바른 방향으로 허용하는 쪽을 검토해야 맞다.”

-대학들이 재정 문제로 난리다. 이를 해결하기위해 등록금을 큰 폭으로 올렸다가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사고 있다.

“대학이 학생 등록금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원인이 무엇인지 먼저 분석한 뒤 긴축재정에 들어가는 게 순서다. 지방대의 경우 정원을 못채워 쩔쩔내는 곳이 부지기수다. 이런 학교는 다른 대학과의 통폐합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재정 부족을 등록금 인상으로 메우려기보다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데 대학구성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

-이공계가 위기라는 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는 느끼는 분위기는 어떤가.

“이공계 대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공분야가 너무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진학을 꺼리는 것 같다. 얼마전 과학고 교장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과학고생의 10~15%가 의대에 진학한다고 해 깜짝 놀랐다. ‘이공계가 진짜 위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과학발전과 국가발전은 비례한다. 국민 인식이 문제라고 본다. 과학기술을 존중하고 과학기술자를 우대하는 풍토를 만드는 게 더 시급하다. 이공계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히 구축돼야 이공계 위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어렸을때부터 ‘외우기'와 ‘찍기’ 학습에 익숙한 대학 신입생들의 실력저하가 두드러지고 있다. 포스텍 신입생들은 어떤가.

“전반적으로 뛰어난 편이다. 과학고를 2년만에 조기졸업한 학생들의 성적이 3학년 졸업생에 비해 좋다. 이공계 학자로 양성하는데에는 조기졸업 후 대학 진학이 괜찮다고 본다.

박 총장은 인터뷰 말미에 “교육부는 소신이 있어야 하고 정치적인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해 교육부의 오락가락한 정책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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