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까이 검찰수사를 받아온 현대자동차가 어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재 출연계획을 발표한 것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수사에 맞춰 사태를 매듭짓고 새로운 출발의 각오를 다짐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발표문에서 ‘국민의 사랑과 성원으로 성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 대목은 이번 사태를 보는 국민들의 착잡한 마음을 바로 헤아린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글로벌기업으로 뻗어나가는 현대자동차에 자부심을 느끼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던 국민들은 수사를 통해 구시대적인 비자금 조성과 로비, 계열사를 동원한 편법 경영권 승계 시도가 밝혀지면서 크게 실망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기업을 우회적인 방법으로 헐값에 사들인 부분은 일말의 도덕성마저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날 발표에도 개운치 못한 대목이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 부자에 대한 검찰 소환과 사법처리를 앞두고 이뤄진 미묘한 발표시점이 우선 그렇다. 또한 삼성그룹에 이어 현대자동차가 사재 출연을 함으로써 ‘검찰 재벌수사=사재 출연’이라는 기이한 공식이 굳어지는 듯한 모양새 역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점 때문에 재벌 수사를 둘러싼 갖가지 억측이 무성해지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기업은 경영을 잘 해서 훌륭한 성과를 내고 고용을 늘리는 게 존재이유이자 바로 사회 공헌이다. 부(富)를 축적한 대주주들이 개인 차원에서 기부 등을 통해 부를 사회 환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검찰 수사 때문에 사재 출연을 한다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대자동차의 대국민 사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발표문에서 약속한 대로 이번 사건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 투명하고 윤리적인 글로벌기업, 자랑스런 국민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사과의 완성이다. 그리고 생존을 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 현대차의 모든 구성원이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아 다시 힘차게 뛰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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