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부근 우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수로조사를 하겠다는 일본 해상보안청 측량선 2척이 어제 돗토리 현의 중간 기지를 출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선박이 독도수역을 침범할 경우 도발로 간주,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이 조사를 미룰 것이란 얘기도 있지만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위기를 피하려면 무엇보다 일본이 무리한 수로조사를 포기해야겠지만, 우리도 냉철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얽힌 영토문제에서 정부가 주권수호 의지를 과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정부의 책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자칫 위기를 초래할 강경책은 국민정서에 이로울지 모르나 근본문제 해결이나 진정한 국익과 거리 먼 것일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의심 받듯이 정치목적으로 위기를 부추기는 잘못도 경계해야 한다.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격려하기보다 염려하는 것은 EEZ 경계다툼과 수로조사 분쟁은 우리 뜻대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다는 법이 지배한다’는 격언처럼 유엔해양법협약 등 국제법에 충실한 대응이 국가적 상책이다. 국제법 상 동해 EEZ는 일본과 합의해야 경계가 확정된다. 또 우리의 배타적 관할수역에서도 다른 나라 선박의 자유항행과 해저 케이블 부설권 등은 보장된다. 자원탐사가 아닌 단순한 수로조사도 허용해야 한다.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려는 일본의 속셈을 알면서 항상 법대로 조용히 대처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강경한 언사와 외교수단을 동원하는 수준을 넘어 영해 침범에 대응하듯이 해경의 저지, 나포조치에 해군력 사용까지 거론하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한 일이다. 아무리 일본이 괘씸하더라도 실제 영해도 아닌 EEZ에서 외국정부 선박에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선박이나 인명을 손상한다면 오히려 불리한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정부와 사회 모두 이쯤에서 냉정한 사리분별을 촉구하는 국제법 전문가들의 고언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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