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영동과 도계를 잇는 영동선 철도 솔안터널 16.24㎞ 구간. 국내 최장터널로 알려진 이 터널의 준공예정은 2007년이었지만 어이없는 일로 인해 준공이 1년 이상 연기됐다.
시공사는 산 양쪽에 세워진 수준점 높이에 맞춰 양쪽에서 동시에 땅을 파 나갔다. 하지만 재측량 결과, 한쪽 수준점이 잘못 표기돼 그대로 공사를 하다간 공사도중 두 터널이 만나는 지점의 높이가 2㎙ 이상 차이가 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공사는 터널 높이를 맞추기 위해 산을 빙 돌아 터널을 뚫을 수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공사기간이 1년 이상 길어지게 된 것이다.
각종 공사의 측량 기준이 되는 삼각점(경ㆍ위도 등 좌표 표지) 수준점(해발고도 표지) 등 국가 기준점이 엉터리여서 시공사가 아무리 공사를 제대로 해도 부실공사가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감사원은 19일 정부가 관리하는 삼각점 가운데 2,234개를 분석한 결과, 20%에 달하는 435개의 좌표가 엉터리였다고 밝혔다.
현재 삼각점에 표시된 좌표에 따르면 강원 철원 화천면은 태평양 한 가운데 갈말면은 지중해상에 있는 것으로 표시됐다. 여수와 포항은 적도 인근에 위 바다에 떠 있었고, 거제도는 경남 한복판에 있었다. 또 6,000여개에 달하는 수준점도 60% 이상이 이미 사라졌거나 수치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잘못된 수준점을 이용해 측량하는 바람에 거제도와 진해를 잇는 거가대교의 경우 양쪽에서 동시에 작업해 만나는 다리 연결 지점에서 37㎝ 정도 높이 차가 나게 설계됐다. 분당선 9공구 터널 공사의 경우에도 산 양쪽에서 같은 높이의 수준점을 기준으로 파 들어갔지만 터널 중앙부에서는 1㎙ 높이 차가 생겼다.
잘못된 삼각점을 사용해 만든 지도도 엉터리였다. 서울시는 삼각점에 표기된 수치만 믿고 컴퓨터용 수치지도를 만들었지만 강서와 강남 지역에서 GPS로 측정한 좌표보다 5㎙ 이상 차이가 났고, 종로구의 경우는 11㎙ 이상 벌어지는 곳도 있었다. 또 송파구와 강동구의 지적도는 일부 중복되거나 서로 연결이 안 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지도가 삼각점에 표기된 수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측량 값과 지도상 좌표가 다른 경우가 많다"면서"국토지리정보원이 1997년부터 2004년까지 297억원을 투입해 국가기준점을 재관측 했지만 하청업체들이 엉터리로 측정하는 바람에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지난해 5~6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도로ㆍ철도ㆍ터널 등 129개 관급 공사의 설계ㆍ시공 실태를 점검한 결과, 총 45(35%)건의 부실시공 사례를 적발해 시정조치 했다고 밝혔다.
▦삼각점 : 평면상의 위치를 관측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경ㆍ위도 좌표 등 을 미리 관측하여 기재해 놓은 표석. 사방이 잘 보이도록 주로 산 정상에 있으며 전국에 1만 6,000여개가 있음.
▦수준점 : 높이(해발고도)를 미리 관측하여 기재해 놓은 표석. 주로 도로변 등에 있으며 전국에 6,000여개가 있음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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