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어떻게 기부하나
정몽구 회장 부자가 보유중인 글로비스 주식 전량을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기부대상과 사용처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주식 기부 방안은 전날 오후 주요 임원들이 틀을 잡은 뒤 중국 체류중이었던 정 회장의 승인을 얻어 급히 마련된 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미비한 게 사실이다.
우선 주식을 어떤 방식으로 내놓을 것인가가 선결 과제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한 뒤 이를 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주식 자체를 기부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 안팎에서는 몇 곳의 복지재단에 주식을 분배하고 각 재단이 이를 알아서 관리하거나 처분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주가 관리가 쉽지 않은데다 대주주 보호예수 기간이 종료돼 주식 매각이 가능해지는 5월 26일 이후 주식이 곧바로 매각될 경우 주가가 폭락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실제 이날 글로비스 주가는 하한가까지 추락했고 기부 주식 평가액은 약 8,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현대차가 글로비스 주식을 헌납한 후에 별도의 물류계열사를 설립, 그룹사의 물량을 몰아줄 경우 글로비스의 주가는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현대차는 ‘1조원 기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른 재산을 추가로 내놓아야 하는 입장이라 부담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주식의 명의는 사회복지재단으로 하되 위탁기관을 통해 주식을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경우 주가 관리에도 유리하며 복지재단도 일정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부대상자 선정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기부 대상자 선정과 주식 기부 방식 결정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2월 사재 출연 의사를 밝힌 8,000억원의 경우에도 아직 사용처와 관리주체 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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