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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950원 붕괴… 수출기업들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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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950원 붕괴… 수출기업들 비명

입력
2006.04.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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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ㆍ달러 환율까지 급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고유가와 달러화 약세에 따른 원고(圓高)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다. 아 바람에 원가 부담은 늘고 실 수출가격은 하락하면서 기업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 당 8.0원 하락한 945.6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95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10월27일 939.90원 이후 8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미국이 정책금리 인상정책을 중단할 뜻을 시사한 데 힘입어 1,437.84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 왜 떨어지나

분명한 것은 일시적인 달러 수급 때문이 아니라는 것. 글로벌 달러 약세가 본격화하고, 위안화 절상 압력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흑자가 이어지고 있고, 자본수지 흑자는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공개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의사록은 “긴축종료가 임박했다는 데 대해 대부분 위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미 금리 인상이 중단되면 달러화에 대한 매력은 줄 수 밖에 없다. 하반기 이후 미국경제가 조정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본격적인 달러약세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또 오는 20일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위안화 절상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원화절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록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이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되지만, 환율 하락의 속도를 낮출 수는 있어도 하락 트렌드를 꺾을 수는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당국의 어정쩡한 스탠스

당국은 말 그대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이상의 시장개입은 않고 있다. 이날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 열린 한 강연회에서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고, 적절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이를 믿지 않은 분위기이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부분적인 개입이 없지는 않지만, 거의 시장에 맡기는 쪽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개입을 통해) 투기세력만 좋은 일 시킬 필요는 없다’는 판단도 있지만 개입의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민간연구소 한 관계자는 “방향을 돌릴 수 있을 정도의 개입을 하려면 국고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시장금리 상승의 부작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미국과의 본격적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FTA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개입을 노골적으로 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파급 및 전망

상반기보다 하반기, 올해보다 내년에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폭 감소에도 불구하고 자본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이어지고 있고,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 둔화로 환율 레벨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하반기 930원대를 전망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이날 3개월 내 920원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환율급락에 따른 기업 채산성 악화는 현재 내수회복 기조에 최대 위협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수출보험공사에 따르면 중소 수출기업들은 환율이 961원 아래로 내려가면 수출을 해도 손실이 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은행은 환율이 10% 하락하면 성장률은 0.7%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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