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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씨네다이어리/ 강혜정의 '의도하지 않은 변신'

입력
2006.04.2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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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모콘을 누르다 홈쇼핑 채널에 머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날렵한 몸매의 대형 LCD TV나 일일이 거론하는 것이 숨가쁠 정도로 최신 기능을 고루 갖춘 노트북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방송을 보면 ‘지름신’이 눈앞을 어른거리는 위험한 황홀경을 맞이할 때가 있다.

여자도 아닌데 화장품 판매 코너가 장시간 정신을 무장해제 시키며 눈을 사로잡을 때도 적지 않다. 여자 모델의 화려한 외모 때문은 아니다. 화장 전과 화장 후의 모습이 정확히 화면을 세로로 이분할 하는 가운데 TV가 여느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얼굴의 스펙터클’을 장대하게 펼쳐내기 때문이다. 평면에 가까운 잡티 가득한 모델의 얼굴이 마술에 걸린 듯 조금씩 입체적인 하얀 얼굴로 ‘둔갑’하는 과정은 그 어떤 컴퓨터 그래픽보다 더 큰 경이감을 안겨준다.

최근 강혜정의 변신이 화제다.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을 발휘하며 영화마다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던 그이지만, 이번 변신은 연기가 아니라 외모다. 살짝 돌출되었던 입 주변이 들어가고 성숙한 모습으로 확 달라졌기 때문인지 네티즌 사이에서는 성형 논란이 한창 뜨겁게 일고 있다.

강혜정의 소속사에 따르면 일부 호사가들이 내세우는 성형 수술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 이가 계속 내려 앉으면서 옥니처럼 보이기까지 해 강혜정은 아래 위 치아를 두개씩 뽑고 급속 교정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속사의 주장과는 별개로 홈쇼핑 화장품 판매 코너의 모델처럼 순식간에 변한 강혜정의 얼굴은 경이감보다는 당혹감을 불러일으킨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다. 훌륭한 배우는 급속도로 살을 찌우거나 빼는 등 몸과 얼굴을 영화에 맞춰 재단해낸다. 2003년 샤를리즈 테론은 ‘몬스터’의 연쇄살인범 연기를 위해 몸무게를 13.6㎏ 늘리고 여신과도 같은 단아한 얼굴을 망가뜨렸다. 작품에 대한 그의 이런 열정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으로 보상 받았다.

그러나 영화와는 별개로 강혜정의 건강을 위해 이루어진 ‘의도치 않은 변신’과 이를 둘러싼 갖은 소문은 유쾌하지 않다. 동년배 배우들이 따라잡기 힘들 정도의 연기를 개성 있는 얼굴에 담아냈던 강혜정의 옛 모습을 앞으로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저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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