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의 공포가 높아지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인한 스위스 로슈사의 치료제 타미플루는 없어서 못 팔 정도의 히트 상품이 됐다.
그러나 이 제품의 첫 개발자가 미국 제약사 길리아드의 김정은(사진) 부사장이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대한화학회 심포지엄과 과학기술부 신약개발 토론회(울트라프로그램) 참가차 내한한 김 부사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신약 개발의 관건은 제약사 규모보다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재일동포 출신인 김 부사장은 도쿄(東京)대에서 학·석사, 미국 오리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4년부터 길리아드사에서 신약 개발을 시작했다.
김 부사장은 "최고경영자부터 말단 직원까지 2년간 휴가 한번 안가고 타미플루에 매달렸다"고 말했다. 동물실험에서 타미플루의 효과를 확인한 길리아드는 1999년 로슈사와 계약해 기술을 이전했고 현재 판매액의 19~20%를 로열티로 받는다.
타미플루는 김 부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1993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사의 독감 치료제'리렌자' 연구 논문을 영국 저널 네이처에서 본 김 부사장이 "GSK는 흡입제로 개발하지만 이를 먹는 약으로 개발하면 제품화가 늦어도 시장을 잡아먹는 건 문제가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 부사장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이용이 편리한 타미플루는 현재 시장점유율 95%로 리렌자를 완전히 따돌렸다. 김 부사장은 "생명공학은 처음부터 상업화했을 때의 잠재력을 고려해 연구에 착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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