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21일 80세 생일을 맞는다.
여왕은 남편 필립(84) 공과 함께 19일 공식 거처인 런던 버킹엄궁에 전국의 80세 이상 노인들을 초청해 연회를 베풀었다. 21일에는 윈저성 밖을 도보로 걸으며 국민과 인사를 나누는 등 앞으로 두 달 동안 영국에서는 여왕의 생일 축하행사가 계속된다.
실제 태어난 날은 1926년 4월 21일이지만 공식 생일은 이보다 늦은 6월 17일로 돼있다. 전통적으로 추운 겨울에 태어난 영국 왕들은 퍼레이드와 야외행사를 위한 공식 생일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2세가 두 살일 때 처음 그를 본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어린이답지 않게 놀랍게 사려깊고, 위엄있는 분위기를 지녔다”고 말했다. 여왕은 10세 때 아버지가 조지 6세로 즉위하면서 차기 왕위 계승자로 결정됐고, 1952년 조지 6세가 서거하자 여왕으로 즉위했다. 1947년 해군 장교 필립 공과 결혼해 지금껏 해로하고 있다.
대영제국의 위상이 거의 무너진 시기에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는 조용하면서도 적극적인 외교활동으로 영연방 지도자들을 끌어당겨 영국 왕실의 위상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영국에서 여왕은 상징적 통치자지만 매주 화요일에는 총리와 국사를 논의하는데 그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며, 역대 어느 총리도 여왕과 나눈 이야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2세는 재위 기간에 처칠, 대처 등 10명의 총리와 함께 일해왔다.
여왕은 개인적으로는 딸 앤 공주의 파격적인 결혼과 이혼,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의 불화, 아들 앤드루 왕자와 사라 퍼거슨의 이혼 등 스캔들을 겪었으나 영국 국민들의 변함없는 지지로 54년간 왕실의 권위를 지켜왔다.
평소 아침 7시 30분쯤에 일어나 밤 11시쯤 잠자리에 들며 외교사절 영접 등 늘 빠듯한 일정으로 알려져있다. 오후 2시30분 정원 산책 때만큼은 정원사 외에 모든 사람들을 물리치고 숙고의 시간을 가진다. 여왕은 620개가 넘는 자선단체와 기관을 후원하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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