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9일 현대ㆍ기아차 그룹의 ‘1조원 사회 환원’ 발표에 대해 ‘범죄 수익을 내놓는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평가 절하했다. “수사나 사법처리 수위에 영향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후 언론브리핑에서 “1조원이라는 말 대신 ‘정 회장 부자(父子)가 가지고 있는 글로비스 주식 상당액’이라는 표현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 “주식가치는 수시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비스가 언제 설립됐고 당시 자본금은 얼마였는지, 정 회장 부자의 실제 출자액은 얼마이며 주식 상장은 언제 됐는지 등도 잘 살펴보라”고 했다. ‘1조원’이라는 화려한 겉포장 이면에 숨겨있는 실체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 계열의 물류회사인 글로비스는 2001년 2월 설립됐다. 정 회장 부자가 출자한 돈은 5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후 그룹 차원에서 물류를 몰아줘 매출 실적이 급성장했고 지난해 12월 주식을 상장해 시가가 1조원에 이르렀다. 글로비스는 높은 배당을 통해 회사 이익을 정 회장 부자에게 고스란히 안기기도 했다.
결국 이번에 현대차 그룹이 내놓기로 한 시가 1조원대의 주식은 종자돈 50억원이 편법으로 부풀려 진 것이라는 사실을 검찰이 꼬집은 것이다. 글로비스 외에 다른 계열사들이 불법 채무탕감 등을 통해 얻은 부당 이득은 고려가 안 된 점도 검찰의 평가절하에 영향을 준 듯하다.
검찰의 이 같은 반응은 ‘1조원’이라는 액수가 주는 위압감이나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고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들린다. 채 기획관은 “사회 환원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관심 없다”고 답했다.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사회 환원을 발표하는 데 대해서도 “기업들의 자발적인 판단”이라고 일축했다.
당장 현대차 그룹의 발표 이후 검찰에서 감지되는 변화는 없다. 오히려 역풍(逆風)이 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 그룹의 이번 발표가 별 의미가 없음을 강조해 여론을 검찰 편으로 돌린 뒤 강도 높은 사법처리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