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명숙 총리후보자에 대한 이틀째 국회 인사청문회의 하일라이트는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었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에 대한 한 후보자의 인식을 집요하게 캐물었고, 열린우리당은 공세적 반박으로 한 후보자를 엄호했다.
청문회는 오후 들어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 김영남씨의 어머니인 최계월(82)씨와 납북자 모임 대표 최성용씨, 탈북자 김영순씨 등이 증인으로 나오면서 열기가 고조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한 증인들의 언급과 아들을 송환해달라는 최씨의 애끓는 호소를 들은 뒤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 느슨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질타했다. 김재원 의원은 “북한의 비인도적인 범죄에 대해 책임을 묻고 납북자 송환을 강력히 요구할 의사가 있냐”고 따졌다. 박형준 의원은 “북한에 일방적 퍼주기식 정책으로 달라진 게 뭐가 있냐”면서 대북 접근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계월씨는 김재원 의원과 대화 중 “죽기 전에 아들을 보고 싶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김 의원이 “북한은 납치한 사람은 없고 전부 월북했다고 하는데…”라고 하자 최씨는 “친구들하고 놀러 간 중학생이 뭐 하러 북한까지 갔겠어요”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함께 나온 최씨의 딸은 “(정부의 도움을) 아무것도 못 받았다”며 “일본의 방송사가 우리한테 와서 처음 (동생의 소식을)알게 됐다. 지금이라도 송환해달라”고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납북자 모임 대표 최상용씨는 “납치된 것을 납치됐다고 해야지 어떻게 북한으로 사라졌다고 이상한 용어를 써서 해결하려는지 모르겠다”며 “한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최계월 할머니는 물론 납북자와 국군 포로들에게 사과하고 김영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김영남씨는 납북자 관리대상 485명 중 한명으로, 김씨를 포함한 납북자 및 국군포로 송환문제가 제18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북한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압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 문제 해결을 위해 도울 것은 도우면서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일본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굶어죽지 않고 살아가는 생존권법 기본권이 더 중요한 인권”이라고 한 후보자를 거들었다. 증인으로 나온 김수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도 “정부와 한 후보자는 야당이나 시민단체와 달리 북한을 달래가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