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7일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지난 주말에 비해 1.08 달러(1.6%) 오른 배럴당 70.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83년 NYMEX에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하락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고유가의 파고마저 밀려들자, 석유화학 자동차 전자 등 각 업종별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가장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은 석유 화학 업종. 지난해 말부터 유가 상승에 따른 원재료값 인상으로 올해 1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고유가의 기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의 쌀’인 나프타(중질가솔린) 가격은 지난해 12월 톤당 평균 512달러에서 599달러(13일 기준)까지 치솟았고, 나프타를 가공해 만드는 기초 제품인 에틸렌의 가격도 지난해말 톤당 835달러에서 올 1분기 1,060달러로 뛰었다.
이 때문에 LG석유화학의 경우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8%가 폭락했다. LG석화 관계자는 “나프타 가격의 급상승이 1분기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화 석유화학 등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가 석유화학업계 수익개선의 최대 장애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자동차 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이 오르면 당장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업계 입장에선 가장 큰 악재”라며 “특히 최근 자동차 제조시 석유화학 부품의 비중이 날로 커지면서 고유가가 자동차 원가 상승으로 곧 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할인판매 등에 나설 수 밖에 없어 결국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환율 하락에 이어 유가마저 치솟을 경우 심각한 경영 악화에 처할 수 있다고 보고 국제 유가 흐름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포스코 등 철강 업종이나, 발전 원료의 5%를 원유로 충당하는 한국전력 등도 석탄 사용량을 늘리는 방안을 비롯, 갖가지 에너지 절감대책을 짜내느라 고심을 하고 있다.
전자업종의 경우 기술비중이 높은 업계특성상 고유가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삼성전자는 고유가로 인한 원가 상승 부분은 미미한 만큼 크게 우려하진 않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반도체 제품이 비행기로 운송되고 있는 만큼 고유가로 인한 수송비용 증가 등은 피할 수가 없을 전망이다.
박진용기자 hub@hk.co.kr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