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ㆍ오세훈 효과’ 덕분에 ‘이미지 정치’ 논쟁이 뜨겁다. 그간 일방적 비판만 받았던 이미지 정치가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는 게 흥미롭다. 총정리를 해보자. 이미지 정치는 7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첫째, 현실론이다. 이미 500년 전 마키아벨리가 군주에게 이미지 정치를 권고했듯이, 이미지 정치는 승리를 위한 필수다. 늘 그래 왔다. 대중이 어리석기 때문인가? 그렇진 않다.
먹고 살기 바쁜 대중의 입장에선 최소 노력에 의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 취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 선택이다. 선거전문가와 정치인들은 늘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걸 드러내놓고 밝히진 않았다. 지역감정 부추기는 게 현실적으로 유리해도 그걸 ‘비법’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것과 같다.
● 강금실·오세훈 효과 긍정·부정 논쟁
둘째, 기능 평준화론이다. 전자제품의 기능이 평준화되면서 디자인 경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정치도 그 경지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다. 이제 먹고 사는 욕구의 문제를 넘어서 품위ㆍ감성ㆍ미학 등과 같은 잉여적인 욕망의 문제를 다룰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극화’가 대두되면서 계층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게 되었다.
셋째, 엔터테인먼트 재평가론이다. 이제 엔터테인먼트는 계층을 초월해 삶의 필수 요소가 되었기 때문에, 대중은 이미지 정치에 놀아난다기보다는 그걸 ‘고급 엔터테인먼트’로 즐긴다는 주장이다. 이 시각에서 보자면 정치인은 공공문제를 다루는 엔터테이너가 된다.
넷째, 정치혐오 반작용론이다. 정치가 혐오를 넘어 저주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대중은 정치에 의한 실질적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체념의 지혜’를 갖게 되었으며, 이미지 정치는 그 지혜에 근거하거나 영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미지 정치의 성행 정도는 기존 정치의 건강성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다.
다섯째, 이미지ㆍ알맹이 분리 불가론이다. 이미지는 알맹이의 반영이며, 알맹이는 이미지의 원천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알맹이를 이미지의 하위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
유권자는 어차피 이미지 위주의 투표를 하게 돼 있는 바, 지식인들이 높게 평가하는 정책ㆍ이슈라는 것도 실은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쟁점이 된 이슈에 대해 후보가 어떤 자세를 취했을 때, 유권자들은 이슈의 내용보다는 후보가 취하는 자세와 그 과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더라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여섯째, 이미지 도구론이다. 알맹이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한 도구로서 이미지 메이킹이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무슨 알맹이인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늘 좋은 목적으로만 쓰일 수는 없는 법이다. 이미지 정치는 파시즘이나 포퓰리즘을 위해 봉사할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일곱째, 미디어 책임론이다. 미디어가 선거를 정책ㆍ이슈 중심으로 보도하면 이미지 정치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미지 메이킹을 앞세우면 후보들간 콘텐츠 비교ㆍ평가에서 뒤처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디어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미지 중심의 보도가 상품성이 뛰어난데다 인터넷이 주도하는 ‘이미지 홍수’를 피해갈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 이미지 정치 옹호해야 선각자?
‘이데아’와 ‘이데올로기’를 ‘이미지’와 ‘이마골로기’가 대체한 걸까?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엔 이미지 정치를 긍정하는 게 시대를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며, 이미지 정치를 비판하면 마치 활자매체 시대의 구 문법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이미지의 독재’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독재에 저항하는 건 의미있는 일이기에, 모든 사람이 이미지 정치의 옹호자가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강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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