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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라디오 클래식방송, 신나게 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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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라디오 클래식방송, 신나게 하면 어떨까?

입력
2006.04.1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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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을 즐기며 라디오를 켜고 클래식 음악 채널을 맞춘다. 한 곡이 끝나면 진행자가 방금 나온 곡목과 연주자를 소개하고 작곡가의 에피소드를 얘기해주거나, 아름다운 전원이 떠오르는 문학 구절도 읽어준다. “언제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영혼의 평화를 찾아주는 방송이야.” 그런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클래식 음악은 조용하고, 고상한 사람들이 듣는 점잖은 음악이니까. 모두들 동의하는가?

난 동의하지 않는다. 대중음악 방송은 초대 가수들과 신나게 떠들기도 하고, 강렬한 어조로 1980년대 비트를 추억하기도 한다. 그에 비하면 클래식방송은 한없이 조용하다. 음악감상 전에 모두를 잠재울 정도로 책을 읽어주는 듯한 멘트는 클래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졸린 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주기에 충분하다. 내가 알고 있는 클래식음악의 세계는 다르다. 그것은 경이로 가득한 흥분의 세계다. 탁자 위에 놓인 커피 한 잔에 어울리는 음악만 존재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라는 말이다. 그런 음악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도 ‘클래식은 점잖다’는 지배적인 사상 때문이다.

클래식 라디오가 이런 분위기가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클래식 채널을 틀어놓고 사는 사람들의 직업이나 실내환경, 취향 등에 대한 조사의 결과였다. 하지만, 기존의 문화적 통념을 토대로만 방송을 한다면 더 폭넓고 새로운 청취자층을 포섭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면 록콘서트를 좋아하고 신나게 춤추는 10대들의 취향에 맞추라고?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음악을 탐구적인 자세로 대하는 사람들일수록 놀람과 충격, 지적 흥분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처음으로 제대로 듣기 시작했을 때 눈을 지긋이 감고 감상하는지, 아니면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 뛰며 “끝내줘!”라고 소리칠 것인지는 개인의 취향에 따른 것만이 아니다. 그 곡을 미리 설명해주는 소개자가 주는 선입관이 훨씬 큰 영향을 끼친다. 만약 이 곡을 틀기 전에 먼저 듣고 감명받은 사람들의 흥분된 말을 들려준다거나, 진행자가 이 곡의 클라이맥스에 대해 훨씬 열광적으로 토로한다면, 청취자가 듣는 자세는 180도 달라질 것이다.

강렬하고 스타일리시한 진행이 원치 않는 선입견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여러 가지 스타일을 개발해야 한다. 진행자의 해설 없이 음악만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홀로 명상을 위해 라디오를 켜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들과는 다른 취향도 있다. 신나고 흥분되는 클래식 방송도 듣게 되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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