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수목드라마 ‘굿바이 솔로’에는 가난하거나, 가난했던 사람들이 등장한다. 영숙(배종옥)과 호철(이재룡), 미영할머니(나문희)는 절대 빈곤을 경험했고, 지안(이한)의 가족은 지금도 가난하다. 그들은 가난 때문에 죄를 지었다. 영숙은 어린 시절 가난 때문에 위독한 어머니가 죽도록 방치했고, 지안은 가난한 가족을 저버리고 가정환경을 속여 부유한 민호(천정명)에게 접근했다.
그들은 그 죄 때문에 스스로 타인과의 소통을 단절한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조직폭력배가 된 호철은 자신의 악행 때문에 사랑하는 미리(김민희)에게조차 진심을 드러내지 못하고, 폭력 남편에게 시달려 딸을 버렸던 할머니는 스스로 말하기를 포기한다. 또한 그들의 죄는 자식에게까지 이어진다. 부유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정 없는 결혼을 한 어머니(정애리)의 불륜으로 태어난 민호는 가족과 불화를 겪고, 그로 인해 민호는 누구도 쉽게 사랑하지 못한다.
가난은 죄를 낳고, 죄는 비밀을 낳으며, 비밀은 타인과의 소통을 단절시켜 모두를 소외된 ‘솔로’로 만든다. 그렇기에 ‘굿바이 솔로’에서 죄는 용서가 아닌 ‘이해’의 대상이다.
조카의 수술비 때문에 민호의 아버지 주민(장용)을 배신하는 지안은 자신의 가난이 단지 도움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악해서가 아니라 가난은 누군가의 도움만으로 벗어날 수 없고, 설령 그럴 수 있다 해도 그의 비밀을 용서하거나 동정하는 대신 진정으로 이해해줄 사람은 없다고 믿기 때문에 죄를 저지른다.
가난이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개인의 치부로 머무르는 한 죄와 소외는 반복된다. 주민이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장인어른 덕에 자신도 사람을 믿게 됐다며 지안의 죄를 그대로 덮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서로를 믿고 이해할 때 소통이 시작되고, 소통이 시작돼야 죄를 짊어진 사람들은 소외에서 벗어난다.
‘굿바이 솔로’는 가난을 동정하고, 죄지은 사람을 용서하는 대신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다. 이것은 노희경 작가의 놀라운 발전이다. ‘내가 사는 이유’부터 가난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했고,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가난했던 어머니의 삶과 가난에서 벗어난 자식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그는 ‘굿바이 솔로’에서 가난과 소외라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짚어내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 해결책이 진실한 소통이라는 것은 순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편의 드라마가 현대 사회의 문제에 천착해 세상과 진실한 소통을 시작했다는 것은 그 결과에 관계없이 값진 시도가 아닐까.
객원기자 lennone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