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에 대해 초강경 카드를 빼들었다. 노 대통령은 18일 여야 정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독도 및 동해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문제 등에 대해 기존의 ‘조용한 외교’전략을 사실상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 동안 일본 문제에 대해 침묵을 택했으나 일본 탐사선이 한국측 EEZ에 진입, 수로 측량을 시도할 계획이 알려지면서 태도를 바꾼 것이다.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조용한 외교를 일본의 도발 상황에서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전략 변경 배경에 대해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은 ‘작용과 반작용론’으로 설명했다. 송 실장은 “일본의 조용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우리가 조용하게 대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본에 대한 노 대통령의 대응기조가 어느 때보다 강경해졌다”고 전했다. 그 동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파문 등이 터졌을 때보다 EEZ 문제에 더욱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여야 정당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공개적으로 만찬을 가진 것도 EEZ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만찬 개최는 초당적 국민합의를 바탕으로 EEZ 문제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공표한 것이다.
노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무엇보다 일본이 EEZ에 들어와 수로 측량을 하는 것은 우리의 영토 주권에 대한 침해 기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달 일본 문부성이 고교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기술하라는 지침을 내렸을 때만 해도 침묵했던 노 대통령이 이번에 입을 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조용한 외교전략 변경이 중장기적으로 계속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일본이 후퇴한다면 조용한 외교전략이 유지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의 ‘단호한 EEZ 해법’은 정부 전략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외교적 압박을 통해 일본이 수로 탐사 계획을 스스로 포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탐사선이 우리측 EEZ로 접근해오면 해경을 통해 일본측에 기수를 돌리도록 권고한다는 것이다.
끝내 EEZ를 침범한다면 해경 경비정을 동원해 ‘밀어내기’를 하거나 한국의 해양과학조사법에 따라 정선, 검색, 나포 등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군사적 대치 상황이 벌어지는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일단 이번 EEZ 상황이 마무리되면 한일 정부간 협상을 통해 EEZ 기점 문제를 매듭짓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외교장관이 국회 답변을 통해 “독도 기점 사용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각박한 외교 전쟁도 있을 수 있다”는 3ㆍ23 대일 선언을 내놓았던 노 대통령이 EEZ 문제에 대해 또 다른 대일 선언을 내놓을 수도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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