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서 학교공부를 할 수 있고, 친구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14일 오후 2시 대전 중구 문화동 충남대병원 소아병동 4층 충남대병원학교. 백혈병과 싸우고 있는 강민혁(8ㆍ옥계초 1ㆍ대전 중구 부사동)군은 선생님과 함께 색칠놀이와 글쓰기를 하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팔에 링거주사를 꽂고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받지만 수업시간 만큼은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잊은 듯 마냥 행복한 표정이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옆 자리의 김병섭(7ㆍ충북 옥천군)군도 잘 아는 민혁이 형과 한 교실에 있는 게 신이 나는지 자꾸 장난을 걸었다. 민혁이는 올해 동네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거의 가지 못했고, 병섭이는 올해 초등학교 조기입학 예정이었으나 치료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장기입원치료가 필요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소원이 있다면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학교공부를 제때 하는 것이다. 병원학교는 이런 아이들의 희망을 채워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병원학교는 병원 회의실을 교실로 꾸며 6일 개원했다. 교사는 인근 초등학교 소속인 박소현(24)씨. 현재 학생은 초등학생 5명, 중학생 1명 등 모두 6명이며 외래환자도 수업을 받을 수 있다.
하루 수업은 초등학생 1~2시간, 중학생 2시간 이상이며, 과목은 국어 수학 과학 특별활동 등으로 편성돼 있다. 수업도 학생 한명 한명의 몸 상태와 진도 등을 파악해 실시하는 개별지도방식이다.
같은 시각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소아병동 9층에서는 신모(8)군이 원탁의자에 앉아 교사 황재원(36ㆍ여)씨와 블록으로 동물가면 만드는 놀이를 하고 있다. 1년 가까이 소아암을 앓고 있는 신군이 가장 좋아하는 과학시간이다.
1인실 특실을 개조해 화사하고 깔끔하게 꾸며놓은 방 한쪽에는 컴퓨터와 여러가지 교육자재가 놓여 있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밖에 자유롭게 나가지는 못하지만 블록을 이리저리 끼워 맞추며 동물 모양을 만드는 신군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번져 나온다.
병원학교를 바라보는 부모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충남대병원 환자 민혁이의 어머니 이혜경(36)씨는 “컴퓨터에만 빠져있던 애가 병원학교에 나간 뒤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고 있다”며 “퇴원해서 외래진료를 다녀도 병원학교 수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섭이의 어머니도 “다시 교실에서 선생님과 형들과 어울려 공부하니 아이의 병도 다 나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기뻐했다.
병원학교는 지난해 개정된 특수교육진흥법에 따라 정규교육과정으로 인정 받고 있다. 장기입원 학생은 과거에는 유급이 불가피했으나 이젠 병원학교에 다닌 뒤 소속 학교로 돌아가면 정상적으로 진급할 수 있다. 문제는 교사 1명이 수업을 모두 맡을 수 없기 때문에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는 것. 현재 어렵게 구해서 쓰고 있지만 부족한 형편이다.
현재 병원학교는 서울과 수도권에 모두 13곳으로 450명이 공부하고 있다. 25일 단국대 천안병원이 문을 여는 데 이어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가천의대길병원도 9월에 개원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시ㆍ도교육청의 특별예산과 교사파견학교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병원학교에 대해 최소한의 지원을 해줄 계획”이라며 “2008년까지 32개 병원으로 확대, 1,000여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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