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째로 접어든 국립극장의 ‘셰익스피어 난장’이 한층 더 격해지고 진해진다. 이 땅에 막 뿌리 내린 극한의 스포츠가, 가장 한국적인 인물들이 셰익스피어의 적자임을 떳떳이 자처한다. 이렇게, 셰익스피어는 우리 것이 돼 가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세계인의 언어, 셰익스피어’.
4월에 태어나고(26일) 4월에 죽은(23일) 셰익스피어를 기리는 축제가 이맘때 급증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다. 그러나 국립극장의 셰익스피어 추억제는 3회를 맞아 국내 유일의 셰익스피어 기념 연중 행사라는 점과, 우리만의 특성을 천착해 온 미학적 탐색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라인 스케이트, 스케이트 보드, 외발 자전거 등 바퀴 달린 것들이 모두 등장해 긴박한 광경을 펼치며 회전하고 도약하는 청춘을 보여준다. 극단 앙상블의 ‘익스트림 로미오와 줄리엣’은 현재 대한민국 익스트림 스포츠를 대표하는 10여명의 현역 프로 선수들이 극단 앙상블의 배우 19명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8월에 개막하는 에딘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 이미 초대된 작품. 연출 김진만. 23일까지.
한국의 옛 마을에서 일어난 남녀의 사랑과 가문의 싸움도 있다. 2001년 독일에서 공연돼 서양 사람들의 정신을 뺏은 극단 목화 레퍼토리 컴퍼니의 ‘로미오와 줄리엣’. 2005년 한국평론가협회로부터 ‘올해의 베스트3’의 하나로 선정된 이후, 11월에는 영국 바비칸 센터의 초청까지 받았다. 극본ㆍ연출 오태석. 5월 10~19일.
‘리어왕’은 극단 76단에 의해 미친 리어로 거듭난다. 마임과 안무 등 배우들의 신체 언어와 갖가지 병에 걸린 군상들이 추는 광란의 춤은 원작의 비극성을 극도로 뒤틀어 보인다. 연출 기국서. 5월23~28일. 이상 하늘극장.
별오름극장에서는 극단 드림 플레이가 ‘햄릿’과 ‘고도를 기다리며’를 합성한 ‘유령을 기다리며’를 공연한다. 재치 넘치는 언어 유희와 합창, 자이브 댄스, 마술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세해 한판 잔치 마당을 창출한다. 연출 김재엽. 23일까지.
달오름극장은 독일 만하임 극장이 완전 현대로 개작한 ‘오델로, 베니스의 무어인’을 들고 와, 국내 관객들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연출 옌스-다니엘 헤르초크. 5월24~26일.
한편 행사 기간 중에는 현직 대학교수들이 꾸미는 원어 연극‘한여름밤의 꿈’, 한국 셰익스피어학회 주최의 심포지엄‘셰익스피어와 남녀 관계’등이 열린다. 연극 평론가 이미원 씨는 “포스트모더니즘 등의 어법을 통해 문화상호주의를 입증해 온 한국의 독특한 셰익스피어 공연사는 세계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한국만의 셰익스피어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02)2280-4115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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