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직업윤리, 근무기강 문란 행태가 끝이 없다. 지난 주말 연 이틀 사이 홍보수석실의 행정관이 술을 마시다 주먹을 휘둘러 경찰에 입건됐고, 안보정책수석실 행정관은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두 사람은 모두 면직조치됐다.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서 정권을 선도해야 할 청와대사람들이 벌인 일탈 행위는 올 들어서만 벌써 다섯번째다.
연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기밀문서가 의전비서실 행정관에 의해 유출되더니 지난 달에는 홍보수석실 행정관이 아내를 살해하는 초유의 사건이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해찬 국무총리의 골프 파문으로 공직사회에 비상이 걸린 판에 사회조정비서관이 버젓이 골프를 쳐 구설수를 탔다. 정권 초기부터 빚어진 각종 해이ㆍ문란사건들은 열거하기에도 벅차다. 총무비서관, 부속실장, 다른 행정관들의 범죄나 복무 파행으로 물의를 빚은 사례가 한 둘이 아니다.
청와대는 다른 어떤 정부기관보다 더 엄격한 업무 태도와 정신자세가 요구되는 곳이다. 의무나 강제 규정을 말할 것도 없이 정권을 담당하는 핵심 선도 집단으로서 남다른 정신무장이 필요한 기관이다. 직원들은 대통령을 보좌하며 일반 공무원들에 솔선 수범해야 할, 특별한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 동안 벌어진 사건 사고를 보면 가히 엽기적이라고 하지 않고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이다. 웬만한 다른 일반 부처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면 그 부처는 아마도 수장부터가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기강 확립을 다짐한 바 있으나 불과 보름 사이에 어이없는 사고가 또 일어났다. 가뜩이나 임기 4년차의 권력 이완에, 내부장악력, 근무기강까지 이렇게 느슨한 조직이 어떻게 산적한 국정 난제를 맡아 이끌 수 있을지 심각한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휘청거리면 바로 리더십과 신뢰의 상실로 이어진다. 사건만 따라가는 땜질 대처가 아니라, 특단의 조치를 취해 정신자세를 쇄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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