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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 믿은 동창에 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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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 믿은 동창에 발등?

입력
2006.04.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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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부장 김경수)는 18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주식매매를 이용해 조성한 거액의 비자금을 이 회사 전 재무팀장 서모씨가 중간에서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회장이 서씨와 공모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는 여전히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조성된 비자금 51억원이 미국으로 이민 간 서씨의 두 딸 계좌로 입금됐고, 이번 수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돈이 뭉텅이로 미국으로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재 통장에는 12억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회장이 1999년 회사 소유의 고려산업개발 신주인수권을 ‘진승현게이트’의 주역 진씨를 통해 헐값에 넘기고, 진씨가 고가에 되판 차액 56억원을 반씩 나눠갖기로 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그러나 당시 비자금 조성을 담당한 서씨가 차익을 가로채 이민을 갔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의 용산고 동창인 서씨는 정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등에 업고 비자금조성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에 따르면 99년 서씨는 비자금 전액을‘증권금융채권(묻지마채권)’으로 바꿔 관리했다. 정 회장은 그 해 서씨가 ‘진씨 측에 문제가 생겨 돈을 돌려줘야 할 것 같다’고 말해 허락했는데 서씨가 이 돈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가 빼돌렸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결과 99년 구입한 채권이 2003년 6월 현금으로 바뀌어 서씨의 두 딸 계좌에 절반씩 입금됐고 이 돈 대부분이 최근 미국으로 빠져나갔다.

검찰은 그러나 정 회장이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뒤늦게 서씨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에 의문을 품고 있다. 정 회장이 이 달 말로 완성되는 자신의 공소시효를 염두에 두고 시간을 벌기 위해 서씨를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서씨가 비자금을 빼돌린 것은 정 회장의 혐의와는 별개다. 정 회장이 서씨와 공모해 비자금을 조성한 증거를 다수확보,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 회장을 다음 주 중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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