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식대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해주기로 한 이후 치과진료비 선택진료비 등의 건보 급여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민간의료보험이 등장하는 것에 대응해 건보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비급여 항목을 점차 줄여 나간다는 중ㆍ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 같은 요구에 대해 긍정적인 사인을 보내고 있지만 무작정 들어줄 입장은 못 된다. 재정부담 때문이다.
건보 적용 요구들
병원 식대의 건보 적용 방침 발표 이후 잇따르고 있는 건보 급여화 요구를 선도한 것은 정치권이다. 11일 열린우리당 문병호 제5정조위원장은 올해 안에 암환자의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 초음파 검사에 대해 건보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13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정(열린우리당) 의원 주최로 ‘치석제거 급여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치과 분야의 비급여는 심각한 상황” 이라며 “치료목적의 스켈링에 대한 급여화가 하루 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5일에는 중증환자의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인 선택진료(환자 또는 그 보호자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이용 시 특정 자격을 갖춘 의사를 선택해 진료를 받는 것) 시 환자가 돈을 전적으로 부담해 왔으나 앞으로 이를 건보 급여로 대체하자는 토론회가 열렸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사무국장은 “선택 대상인 의사가 소수이고, 병원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선택진료비를 없애 환자의 건보 비급여 부담을 더는 대신, 이로 인한 의료계의 손실은 수가조정을 통해 보존해주자는 주장이다.
건보와 정부 부담 증가 우려
이에 대해 복지부 박인석 보험급여기획팀장은 “보장성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단서를 달면서도 “치석제거 등 최근 제기되고 있는 항목의 건보 급여 포함은 계속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재정부담이 두려워 비급여분야 축소를 서두르지 않을 경우 민간의료보험시장 활성화로 건보의 위상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건보 약화는 국민들의 건보 보험료 납부 기피로 이어져 또 다른 재정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병원 식대 급여화 등으로 연 5,000억원의 재원이 소요됨에 따라 연초에 건보 보험료를 3.9%까지 올려 국민의 반대에 부딪쳤던 경험을 돌아본다면 정부로서는 이들 비급여 항목의 축소로 필요한 돈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감신 경북대 의대 교수는 “선택진료제를 폐지할 경우 추가부담해야 하는 돈이 연 4,300억원에 달해 이에 대한 재원 조달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철부분의 급여화에도 연 1,70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정부로서는 엄청난 딜레마에 봉착한 것이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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