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돈이 얼마나 있어야 부자 소릴 들을 수 있지?”, “그런 부자는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될까?”, “혹시 빈부 갈등을 조장한다는 오해만 받는 건 아닐까?”
처음 ‘부자’라는 소재를 떠올렸을 때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을 골치 아프게 했던 의문들이다. 저마다 ‘널 뛰는’ 부자에 대한 주관적 기준은 차치하더라도, 부자의 실체를 보여줄 수 있는 기초 자료와 통계가 부족한 현실도 취재팀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국세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은 부동산 부자와 지하경제도 감안해야 했다. 더욱이 국내 부자 연구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인 탓에 부자들의 정확한 규모와 자산 내역을 파악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부자의 실체를 밝히는 작업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누구나 부자 되기를 꿈꾸면서도 왜 부자가 되려는지, 어떤 부자가 될 지에 대해선 무감각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국세청의 종합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통계, 상장기업 최고경영자(CEO) 거주지, 한국은행의 거액 금융계좌 등을 샅샅이 분석했다.
보도가 나가자 시샘과 부러움이 섞인 다양한 반응들이 편집국에 쏟아졌다. 특이한 점은 최근의 삼성그룹 편법 승계나 현대차 비리 등에도 불구하고 부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이 줄었다는 점이다.
이번 기획에서도 확인됐듯이 IMF 이후 실적과 성과를 토대로 부를 축적한 신진 사대부(四大富)가 부자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1970~80년대 압축성장기에 탈법 상속과 부동산 투기 등을 통해 부를 쌓은 과거 부자들과는 차별된다.
신진 사대부가 능력대로 돈을 벌고 합리적으로 소비하는데 머물지 않고, 부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청부(淸富)의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박원기 기획취재팀 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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